등이 밝았다, 가자! 5월의 연등축제,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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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밝았다, 가자! 5월의 연등축제


연이어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5월, 그 한 달 동안 전국 각지에서는 밤을 밝히는 등불이 켜진다. 이는 다름 아닌 석가탄신일을 기념하는 연등을 말하는 것인데, 그 유래가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전통이 있는 행사로 신앙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이들이 빛과 색의 향연을 감상하기 위해 찾는다. 국내의 대부분 사찰과 길거리에도 5월이면 연등이 줄줄이 달리지만, 대표적으로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열리는 ‘연등회’와 부산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부산 연등축제’가 있다. 불 밝힌 그 신비로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연등회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연등회는 불교의식 중 하나인 ‘팔관회(八關會)’와 함께 자리 잡은 종교행사로 이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시작해 고려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국가적인 행사가 됐다. 팔관회는 불가에서 말하는 살생, 도둑질, 간음 등 8가지의 계율을 하루 낮과 밤 동안 엄격히 지키는 것을 말하며 종교적 성격을 띠지만, 국가를 위해 복을 빌고 호국의 뜻을 새기는 의미가 강했다고 한다. 더불어 연등회는 ‘부처를 섬기는 행사’라 하여 등에 불을 켜 놓고 어두운 세계를 밝게 비추는 부처의 공덕을 기리는 공양의 방법이었다. 인도로부터 중국으로 전해졌고 또 우리에게 다시 전래되면서 제사를 지내는 등 성격이 변하기도 하였다.

 
  • 연꽃은 진흙 속에서 고고하게 꽃을 피워, 굳은 의지와 맑은 본성을 뜻한다.

본래는 정월대보름, 4월 초파일 등 국가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열렸으나, 후에 그 시기를 정하였으며 왕실에서 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서도 함께 경축 행사를 여는 하나의 국속으로 자리 잡게 됐다. 불교 의식을 치르는 동시에 왕이 건국자에 대해 제를 올리고 국가의 태평을 기원하는 행사를 더해 팔관회와 마찬가지로 국가적인 행사로 전해졌다. 그 전통은 고려 전시기에 걸쳐 지속됐으며 오늘날까지 남아 이어지면서 매년 석가탄신일에 행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와 더불어 불교를 대표하는 연꽃을 형상화한 연등이 수만 개의 불을 밝혀 진풍경을 만든다. 2012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 중요무형문화재 제 122호로 지정했다.

 

연등회의 또 다른 의미?

 
  • 연등축제는 우리 전통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사진은 예년 서울 '연등회'에 참석한 외국인들.

석가탄신일과 국가적 풍습을 기념해 매년 열리는 연등제. 그 기원을 이해했다면, 하나 더 연등회의 매력을 알아두자. 자칫 여기까지의 설명으로는 남녀노소 모두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을 테지만, 사실 연등회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축제다. 단순히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모양 등불이 늘어선 모양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캐릭터 모양을 본뜬 전통 등부터 시작해, 거대한 석탑을 재현한 등까지 다양한 전통 등 전시회를 볼 수 있기 때문. 전기가 보편화 되면서 등불은 거의 사라진 시대, 엄연히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아도 부족함이 없는 우리 전통 등 문화와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 이곳에 담겨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우리 등을 보고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자신만의 등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또, 매년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하고 외신이 보도하면서 우리 전통의 미를 세계에 알리는 통로 역할을 한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우리 전통, 서울 ‘연등회’: 5월 15일~26일

 

지난 4월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첫 점등식을 올리며 시작한 석가탄신일 대표 축제인 ‘연등회’가 오는 15일부터 본격적인 행사에 들어간다. 흔히들 '종로 연등축제'라고도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축제 장소는 서울 조계사 우정국로와 종로, 광화문 일대로 서울 종로구 지역을 넓게 포함한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통일신라시대부터 약 1300여 년 간 이어져 온 축제인 터라, 내국인에게는 친숙한데다 외국인 참여자들도 3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연등제와 전통등을 알리기 위해 13일부터 2주 동안은 인천공항 라운지에 전통등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했다니, 내외국인들이 공항을 오고가면서도 몇몇 전통등을 만나볼 수 있겠다.

 

-미리 알고 가는 연등회 이야기

 
  • 서울 연등회의 만국기 연등행렬. 연등회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축제다.

2015년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만큼, 연등회도 특별하게 진행된다. 태극기를 형상한 등으로 행렬이 이어질 예정이며, ‘평화통일 한반도등’과 ‘마애삼존불등’과 같이 국가의 평화와 화합의 의미를 담은 등이 마련된다. 연등회에 전시되는 전통등은 전국 각 사찰과 대학생불교연합회에서 준비하는 것으로 올해는 ‘일 만송이 연꽃 피우기’라는 주제를 정했다. 참가자와 시민, 관광객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연꽃 나누기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사라져가는 연꽃과 연등을 보존하고 기억하는 의미도 있다. 연등회에 가면 관광객 외에도 아무래도 진행요원처럼 보이는 외국인들을 발견하게 될 것. 이들은 축제위원회에서 모집한 ‘연등회 글로벌 서포터즈’로 한국인과 외국인 청년들이 반반 씩 총 150여 명으로 구성됐다. 연등회 기간 동안 연등제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어려움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연등 만들기 부스를 지원하며, 연등행렬에도 참가한다. 특히 외국 청년들은 가나, 예멘 등의 아프리카 권 국가를 포함해 세계 전역의 40여 개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 한국을 사랑하는 지구촌을 보는 셈이기도 하다.

 

-연등회 행사를 즐기려면 5월 16-17일!

 
  • 연등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등행렬. 불 밝힌 대형 장엄등의 모습이 아름답다.

연등회 점등은 15일부터 26일까지 계속되지만, 본격적인 행사를 즐기고 싶다면 1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프로그램에 집중해야 한다. 먼저 16일, 주말 낮에는 동국대학교 운동장에서 밤을 밝히기에 앞서 흥겨운 ‘어울림 마당’이 열린다. 무려 40여개 단체에서 1,000여 명이 출연하는 ‘연희 율동단’ 공연을 펼쳐 신나는 축제 분위기를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그리고 연등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연등행렬. 이는 연등 법회 직후 10만 개의 행렬등과 대형 장엄등이 함께한다. 연등 물결은 동대문과 종로 일원,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게 된다. 올해는 시금치, 치자 등을 이용한 천연염색으로 만든 종이꽃이 더욱 아름답게 연등을 뒷받침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대학생들의 정성스런 손길이 만들어낸 연등은 창의적인 모양도 돋보여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300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도 직접 만든 자신의 등과 함께 행렬에 참가한다고 하니, 연등제에서 빛으로 하나 되는 세계의 모습도 기대가 크다. 이밖에도 17일 열리는 청소년, 가족 상담 및 심리검사와 명상 등 유익한 체험부스와 북청 사자놀이와 랩 반야심경 등 흥미로운 전통문화행사들이 참여자들 모두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축제일만을 앞두고 있다.

 

-26일까지 이어지는 은은한 불빛

 
  •  알록달록하지만 은은한 분위기가 계속 머물고 싶게 한다. 사진은 예년 축제기간의 모습

주요 행사가 끝난 후에도 석가탄신일 다음날이 26일까지 전통등 전시는 계속된다. 그중 야간 조명이 아름답기로도 알려진 청계천을 따라 이어지는 것이 유명한데, 한지 고유의 은은한 멋과 빛의 아름다움이 조화로운 향연을 펼친다. 특히 조계사 일대와 청계천을 잇는 전시는 초청 작가들의 전문 작품들을 주로 하여 ‘깨달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린다. 자동차 불빛과 탁한 실내조명,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주를 이루던 서울 중심가에 은은한 연등 불빛이 가득 차는 광경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그 어느 때보다 종로 일대를 고즈넉하게 걷기 좋은 밤의 계절이기도 하다.

 

부산에도 있어요, ‘부산 연등축제’: 5월 1일~25일

 
  • 부산의 시가지 일대를 도는 '부산 연등축제' 연등행렬. 부산 시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공동체 행사다.

부산에서도 반짝이는 연등불빛을 찾을 수 있다. 부산은 특히 CNN에서 선정한 ‘한국의 가볼만한 곳에 꼽힌 삼광사 연등제가 있는 곳. 바로 이 삼광사도 부산 연등축제에 참가한다. 부산지역 각 사찰에서도 석가탄신일을 기념해 아름다운 연등을 내 걸지만, 부산 연등축제는 그 집합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 1일부터 부산 중구 송상현광장, 광복로, 구덕운동장 일원에서 시작된 축제는 각 사찰에서 만든 연등을 포함해 다양한 전통등을 전시해 그 아름다움을 알린다. 광복로에서는 11일부터 대형 장엄탑과 세계어린이등을 전시하고 있다. 17일에는 구덕운동장에서 어울림 한마당과 연등행렬도 열린다. 수만 명의 인파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며, 모두 각자의 연등을 들고 춤과 노래를 곁들여 진행할 예정이다. 대형 전통등도 100여 점 마련해 행렬에 동참한다. 행렬은 구덕운동장에서 시작해 국제시장, 광복로, 부산근대역사관에 3km에 이르는 부산 주요 시가지를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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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연등축제의 대형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은 예년 축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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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연등축제는 시민들과 관광객이 하나 되어 마음을 나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둔다.

부산 연등축제는 특히 부산 시민을 비롯해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종교 등을 막론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며 ‘태우다, 불사르다’라는 의미의 연등이 마음의 불을 밝히고 모두의 고충을 태워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또 부산 불꽃축제에서는 여느 축제와 달리 인기가수의 초청공연과 떠들썩한 먹거리 장터는 찾을 수 없다. 대신, 우리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과 전시들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와 광경을 만든다. 전통등 전시는 25일까지 광복로와 부산지역 주요사찰에서 이어지며 송상현광장에는 17일까지만 전시하니 참고할 것.

 

연등은 새하얀 형광등과 알록달록한 시가지의 불빛과는 다르다. 진리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석가모니의 덕을 상징하는 동시에, 진흙탕 속에서 고고하게 꽃을 피우는 연꽃의 의미도 담고 있다. 뭣보다 세상살이에 지친 하루하루, 잔잔하고 따뜻한 빛을 발하는 연등 앞에서 아름다움에 반하고 소리 없는 위로에 힘을 얻을 기회가 되지 않을까? 5월의 대미를 장식할 서울 연등회, 부산 연등축제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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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양의 전통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연등축제의 묘미! 또 전통등 전시는 그 전체가 포토존. 따뜻한 불빛 앞에서는 사진도 더욱 예쁘게 나온답니다.

트래블투데이 황은비 취재기자

발행2015년 05월 1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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