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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도원경(桃源境)을 만나다 ‘옻골마을’


중국 진나라 때 시인 도잠이 쓴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때는 어느 봄날, 한 어부가 고기를 잡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른다. 그러던 중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핀 낯선 마을을 만난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어부는 문득 복숭아나무 옆을 흐르는 물길의 끝에 작은 동굴이 나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 동굴을 지나니 세상 만물이 평화로운 별천지가 펼쳐진다. 이상향을 나타내는 ‘도원경(桃源境)’이라는 말은 이 이야기에서 나왔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복숭아꽃 피는 아름다운 곳’이란 뜻이다. 대구 동구에는 도원경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곳이 있다. 복사꽃이 춤추고 계곡 물이 시종 노래를 한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흡사 별천지 같기도 하고 이상향 같기도 하다. 능천산 자락에 자리한 옻골마을 이야기다.

                    
                

400년 역사를 지닌 경주 최씨 집성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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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되면 옻골마을은 은은한 복사꽃 향기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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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심은 회화나무는 일명 ‘최동집 나무’라 불린다.

대구 시내를 벗어나 30분쯤 달린다. 높다란 빌딩이 자취를 감추는가 싶더니 이윽고 그 자리를 산과 들이 메우기 시작한다. 근처에 공항이 있는지 비행기가 유독 크고 낮게 난다. 그리고 다시 얼마간 구불구불한 길이 계속된다. 왠지 모르게 ‘대구 시민들도 잘 모르는 마을’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대구 동구 둔산동에 자리한 ‘옻골마을’은 예부터 마을을 둘러싼 산과 들에 옻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하여 ‘옻골’이라 불려 왔다.
 
옻골마을은 경주 최씨 집성촌으로도 유명하다. 조선 중기인 1616년(광해 8년) 학자 최동집(崔東集)이 이곳에 정착한 이래, 400년 가까이 그의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다. 약 20여 채 되는 한옥에는 모두 40여 명의 경주 최씨 후손들이 살고 있다. 마을에 가까워지자 어디선가 향긋한 향기가 풍겨온다. 마을의 초입에 있는 복숭아밭에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밭을 끼고 도니, 이내 ‘옻골마을’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마을의 입구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350년 수령의 회화나무 두 그루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옻골마을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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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골마을의 옛 담장은 흙과 돌이 섞인 토석담으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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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초입에 있는 정려각은 최흥원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옻골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바로 마을 골목 굽이마다 펼쳐지는 돌담길이다. 흙다짐에 돌을 박은 토석담 형태로, 종택으로 이어지는 안길과 샛길을 합하면 약 2.5km에 이른다. 이 돌담길은 우리 전통 담장의 형식을 볼 수 있어, ‘옻골마을 옛 담장’이라는 명칭으로 등록문화재 제266호로 지정돼 있다. 기와를 이고 선 돌담길과 담장 너머로 언뜻 보이는 고풍스러운 한옥이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정려각을 만난다. 이는 백불암 최흥원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으로 1789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정려각에는 정조가 하사했다고 전해지는 홍패가 걸려 있다. 정려각에서 돌담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자, 각각 전통체험장과 종택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종택으로 향하는 길로 발을 돌린다. 이후 길이 네댓 번은 더 꺾인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사람들은 알아차릴 것이다. 옻골마을의 모든 한옥들은 길 중앙에서 대문간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주 최씨 종가 ‘백불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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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불고택’은 경주 최씨 종가로 400년 전부터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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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불고택’의 오른편으로 제사를 지내는 ‘보본당’이 보인다.

옻골마을에 자리한 가옥은 대부분 전통 한옥이다. 일부 가옥은 현대식으로 개축되었지만, 여전히 조선시대 양반 가옥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들이 남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마을 북단에 자리한 ‘백불고택’(百弗古宅)이다. 400여 년 전 이곳에 처음 터를 잡은 경주 최씨 종가다. 종가는 크게 안채와 사랑채, 보본당(報本堂), 대묘(大廟), 별묘(別廟), 행랑채 등으로 이뤄져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남향으로 세워져 있는 사랑채와 안채를 만난다. 안채는 ‘ㄷ’자 모양으로 예전 가옥의 형태를 오늘날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구에 있는 조선시대 가옥 중에서는 가장 오래 됐다. 사랑채는 ‘ㅡ’자형으로 두 건물의 지붕은 모두 맞배지붕 형태다. 한편, 고택의 오른쪽으로는 보본당이 자리 잡고 있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것으로 1753년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옻골마을의 멋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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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골마을에서는 한복입기, 떡메치기 등 체험과 투호,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옻골마을이 수백 년 동안 걸어온 빗장을 푼 것은 요근래의 일이다. 관광객과 어린이들이 숙박을 하거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일반에 개방했다. 옻골마을을 찾아간 날, 마침 근처 용전초등학교 학생들이 체험을 위해 방문했다. 옻골마을에서는 한복 입기, 절하는 법, 다도체험, 떡메치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으며, 투호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각종 드라마와 예능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공중파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과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등에 등장했다. 도심에서 가까운 편이어서 최근에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복사꽃 필 무렵, 마음을 달큰하게 해줄 자신만의 ‘도원경’을 찾고 싶다면, 대구 동구의 ‘옻골마을’을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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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옻골마을은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은은한 향기가 가득하답니다. 멋과 풍류가 있는 400년 전통의 옻골마을 속으로 떠나보세요.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18년 06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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