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용과 붉은 봉황의 산

나란히 선 두 개의 산, 그 이름은 각각 덕룡(德龍)과 주작(朱雀)이니 참으로 거창한 이름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혹자는 해발 500m가 넘지 않는 이 산들에 사방신의 이름이 붙은 것을 다소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 그러나 무엇이든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그 매력을 아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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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산의 날카로운 곡선들. 저 신비로운 능선을 따라 진달래가 핀다.

산행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두 산은 ‘남도의 공룡능선’이라 불린다. 산이 솟아오른 모양새가 공룡처럼 힘차고 아름답다는 뜻이다. 전국 100대 명산 중 두 곳이 바로 이 덕룡산과 주작산이니, 봄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찾아봄직한 산이지 않은가. 이름만큼이나 웅장한 덕룡산과 주작산에 오르고 싶다면 심호흡을 길게 하는 편이 좋다. 앞서 이야기했든 두 산 모두 높지는 않으니, 산행이 서툰 트래블피플에게는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산을 오르는 동안 강진의 앞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두 명산에게 또 한 번 고마워해야 할 일이기도 할 것이다. 

 

꽃 피네, 진달래가 피네

언젠가 한 번쯤은 덕룡산과 주작산을 정복하리라 마음먹은 트래블피플에게, <트래블투데이>는 이 계절이 최적의 시기라 전하고 싶다. 봄, 두 산에 걸쳐 진달래가 피어난다. 벚꽃보다 진하게 봄을 밝히는 꽃이다. 진달래로 명산이 된 곳은 많으나, 명산에 진달래가 핀 곳은 드물다. 

진달래 산행 코스로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곳은 창녕의 화왕산과 진해의 시루봉, 그리고 강진의 덕룡산-주작산의 세 개 코스. 화왕산도, 시루봉도 덕룡산, 주작산보다 높으나 산행이 힘든 것은 덕룡산과 주작산이 제일이다. 이 거친 바위들의 곳곳에 꽃물이 드니, 그 모습이 꼭 진흙 속에 핀 연꽃과 같다. 탁한 늪지에 피어 더욱 아름다운 연꽃처럼, 덕룡산과 주작산의 진달래 또한 비늘처럼 솟구치고 있는 바위틈에 피어 더욱 아름다우니 말이다. 등산로를 따라 진달래가 피어나니, 숨이 가쁘더라도 걸음을 쉬이 멈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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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룡산과 주작산의 봄빛을 감상하는 동안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게 될 것이다.

덕룡산과 주작산을 종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넉넉잡아 아홉 시간 정도. 산행에 익숙하지 않다면 열 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쉽지 않은 길인만큼 두 산의 진달래를 모두 보았다면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진달래의 꽃말이 ‘사랑의 기쁨’이라 하였던가. 봄날의 덕룡산과 주작산을 모두 올라본 이라면 강진을 사랑하게 되고야 만다. 


숨 고르기

주작산에는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으니, 긴 산행에 지쳤다면 주작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루를 묵어가길 권한다. 그러니 두 산을 모두 오르려면 처음에 덕룡산, 다음에 주작산을 올라 볼 것. 

주작산 자연휴양림은 주작산만큼이나 매력적인 곳이다. ‘덕룡’과 ‘주작’을 찾아온 이들이 많으니 현무, 백호, 주작, 청룡의 사방신과 매, 난, 국 죽의 사군자의 이름을 딴 숙소들, 그리고 열한 개 동의 한옥 펜션들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오리엔탈리즘에 흠뻑 젖어 보는 것도 좋겠다. 강진군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자연휴양림이기에 말끔하고 탄탄한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주작산 자연휴양림의 매력 포인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