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여행을 통해 제각기 다른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트래블피플이라면 이 [트래블투데이]의 생각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지난 날의 여행길들을 돌이켜 보라. 여행지를 어디로 정했든, 우리는 그곳에 우리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혹시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점심 때 짜장면 한 그릇이나 먹으며 오늘을 보낼 요량이었다면 조금은 반성해 보기를 권한다. 

눈이 내리지 않는 3월 14일에 ‘화이트’데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까지는 그럭저럭 웃어넘길 수 있겠으나, 4월 14일에 ‘블랙’ 데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한 일이다. 발렌타인데이의 초콜릿도, 화이트데이의 사탕도 받지 못한 이들을 기리는(?) 날이라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긴 하나, 역시 너무하다 할 수밖에. 

자, 오늘의 점심, 혹은 저녁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봄바람 부는 날, 함께 블랙데이를 보낼 이들과 함께 길거리로 나선 당신. 짜장면을 먹기로 결심한 당신이라면 오늘 따라 유난히 손에 손 잡고 팔짱을 낀 연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띌 지도 모른다. 잠시 비쭉이던 입술은 꽃향기 실린 봄바람의 간질임에 당신 몰래 작은 미소를 머금게 된다. 연인들은 물론, 당신마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이 좋은 봄날, 굳이 중국집을 찾을 이유가 있을까? 급한 대로, 가까운 공원으로라도 발길을 돌려 보자. 당신이 밟는 흙바닥에도, 담장에도 꽃들이 조용한 인사를 건네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꽃빛 완연한 봄이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 노래한 시인이 있지 않았는가. 봄날의 감성 가득한 당신, 이 날에 다른 이름을 붙여보라. <트래블투데이>는 4월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 날에 ‘블랙데이’라는 단어보다 ‘컬러풀 데이즈’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기로 결심해 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였으나, 꽃구경 뒤로 슬픈 식사를 미뤄도 괜찮은, 그런 예쁜 날이니 말이다. 물론, 꽃구경 뒤의 짜장면이 맛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