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봄을 걷다 ‘남산 둘레길’,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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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봄을 걷다 ‘남산 둘레길’


겨울철 추운 날씨를 핑계로 집에서 뒹굴뒹굴 거린지도 어언 삼 개월째. 그 사이 몸은 둔중해지고, 옆구리의 살집은 더욱 늘어난 것만 같다. 날도 풀리고 볕도 따뜻해졌으니, 핑계는 인제 그만. 어서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와 겨우내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을 풀어 보자. 욕심을 내 갑작스럽게 무리한 운동을 한다면, 몸이 고장 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은 한 걸음부터 내디뎌보는 것이 좋겠다. ‘걷기’는 모든 운동의 기초다. 

                    
                
 

‘남산 둘레길’ 미리 보기

  • '남산 둘레길'은 서울시 선정 생태문화길 우수코스 30선에 선정됐다. 

바야흐로 걷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 ‘걷기 여행’을 널리 알린 건 ‘제주 올레길’이 먼저였다. 여행객들 사이에서 ‘올레길’이 명성을 얻자, 전국 각지에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과 같은 숱한 도보 여행길이 생겨났다. 아니, ‘생겨났다’는 표현보다는 ‘재발견됐다’는 표현이 맞겠다. ‘남산 둘레길’ 역시 재발견된 걷기 코스 중 하나다. 서울 시민이라면,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산’을 모르는 이 없을 터. 그러나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남산의 참된 가치를 잘 모르고 지내는 이들이 많다.
 
‘남산 둘레길’은 남산의 명소를 속속 지나며 남산의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는 길이다. ‘남산 산책길’, ‘남산 순환산책길’ 등으로 불리기도 하나, 이는 모두 남산의 둘레를 걷는 길을 가리킨다. 이 길은 서울시에서 선정한 생태문화길 우수코스 30선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봄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가을철에는 단풍이 알록달록 수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드나드는 입구가 많아, 기점도 코스도 탐방객들이 자유롭게 선택한다. 어디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둘레길 한 바퀴를 도는 데는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시작은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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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 둘레길' 초입에 위치한 백범 광장(좌)과 안중근의사기념관(우)의 모습.

남산 둘레길에 들어서는 진입로는 공식적으로만 무려 15개다. 보통 서울역, 회현역, 명동역 등 지하철역이 출발점으로 많이 이용된다. 이 중에서도 서울역과 명동역이 가장 많이 애용되는데, 서울역에서는 10번 출구 또는 11번 출구, 명동역에서는 1번 출구로 나와 N서울타워를 보며 걸으면 된다. 서울역에서 소월로를 따라, 명동역에서 소파로를 따라 얼마간 걷다 보면 넓은 야외 광장을 만난다.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백범 광장’이다. 백범 광장 뒤로는 안중근의사기념관과 남산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
 
남산 둘레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전,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안중근의사기념관은 안중근 의사에 관한 자료와 유품을 수집,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안중근 의사의 업적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70년 설립됐다. 이후, 2010년 지금의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 이전하였다. 기념관은 추모실, 전시실, 영상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안중근 의사의 일생과 의거 당시 국내외 정세, 의거 관련 국내외 기록 등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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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에는 '와룡매'라 불리는 백매와 홍매 나무가 한 그루씩 있다. 

한편, 안중근의사기념관 앞 분수대에는 ‘와룡매(臥龍梅)’라 불리는 두 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백매 한 그루와 홍매 한 그루를 합쳐 이처럼 부른다. 봄철 고운 자태를 뽐내며 나란히 피어나는 ‘와룡매’에는 사실 기구한 사연이 얽혀 있다. 이들은 본래 창덕궁에 심겨 있던 것으로, 임진왜란 때 일본군 장수에 의해 뿌리째 뽑혀 일본으로 건너가게 됐다. 이후, 미야기 현의 즈이간지(瑞巖寺)에 식수 되어 자라다가, 지난 1999년 다시 반환받게 되었다. 무려 400여 년 만에 다시 한국 땅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벚꽃 만발한 ‘남측 순환산책로’를 걷다
— 남산도서관~N서울타워~국립극장

  • 남산도서관에서 N서울타워에 이르는 '남측 순환산책로'는 봄철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길로 유명하다.

안중근의사기념관 관람을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남산 둘레길’에 들어설 차례다. ‘남산 둘레길’은 크게 ‘남측 순환산책로’와 ‘북측 순환산책로’로 나뉜다. 남산공원에서 N서울타워를 거쳐 국립극장까지 이어지는 남측 순환산책로는 봄철 피어나는 벚꽃으로 이름난 곳. 일제강점기 일본이 장충단 공원 등을 조성하며 일대에 일본의 국화인 벚꽃 수천 그루를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제의 잔재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처럼 시작은 비록 아픈 역사에 의한 것이었지만, 한철 화사하게 피었다 지는 남산의 벚꽃은 이제 서울 시민들에게 아픔보다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듯하다. 다른 벚꽃 명소처럼 축제를 개최하지는 않지만, 봄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북적여 활기찬 느낌이다. 벚꽃과 개나리, 그리고 진달래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남측 순환산책로’는 남산의 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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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측 순환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서울의 랜드마크인 'N서울타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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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서울타워'에 설치된 '사랑의 자물쇠'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남측 순환산책로’를 따라 찬찬히 걷다 보면, 뒤미처 서울의 랜드마크인 ‘N서울타워’에 다다른다. ‘N서울타워’는 내외국민을 불문하고 사철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 관광 명소. 처음에는 방송을 송출하기 위해 세워졌으나, 1980년 일반인에 공개된 후 서울 시민의 휴식 공간이자,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야경은 눈부시게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팔각정과 사랑의 열쇠 등 N서울타워의 명물을 즐긴 후 산책로를 다시 걷는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길이 국립극장까지 이어진다. 다만, 남측 순환산책로에는 노선버스와 공용차량이 지나므로 차도를 걷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연을 느끼며 ‘북측 순환산책로’를 걷다
— 석호정~와룡묘~목멱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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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장'을 기점으로 '북측 순환산책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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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선버스와 공용차량이 다니는 '남측 순환산책로'와 달리, '북측 순환산책로'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다.

국립극장을 기점으로 이번엔 ‘북측 순환산책로’가 시작된다. 북측 순환산책로는 남측 순환산책로와 달리 차가 다니지 않는 것이 특징. 호젓한 숲길을 걷고 싶다면, 북측 순환산책로부터 걷는 것도 좋겠다. 본격적으로 산책로를 걷기 전, 국립극장 뒤편에 자리 잡은 ‘석호정’에 들른다. 석호정은 전통 활쏘기인 ‘국궁’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황학정’이 조선 시대 왕과 문무백관들이 이용하던 곳이라면, 석호정은 민간인들이 사용하던 곳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북측 순환산책로는 국립극장에서 교육연구원까지 약 3.3km 정도 이어진다. 남측 순환산책로처럼 벚나무가 줄을 지어 늘어서 있지는 않지만, 소나무, 신갈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과 봄꽃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북측 순환산책로의 중간 즈음, 들러보아야 할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5호인 ‘와룡묘’다. 와룡묘는 ‘와룡’이라 불렸던 제갈공명을 모시는 사당. 사당 내부에는 높이 2m의 제갈공명과 2.5m의 관운장 석고상을 비롯한 단군묘, 제석전, 삼성각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와룡묘를 지나 다시 걷는다. 교육연구원에 이를 무렵, 멋스럽게 지어진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산채비빔밥과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목멱산방’이다. 두 시간 남짓 산책로를 걷느라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제격인 곳. 우리 한옥이 주는 전통미를 느끼며, 출출한 배도 가득 채울 수 있다. 남측과 북측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남산 둘레길’. 코스 곳곳에 있는 남산의 명소를 둘러보며, 봄을 맞아 피어난 꽃과 나무도 마음껏 즐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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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둘레길’은 골라 걷는 재미가 있어요! 벚꽃이 활짝 핀 남측 순환산책로와 자연이 어우러진 북측 순환산책로 어디든 좋아요! 따뜻한 봄날, 사랑하는 이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 좋은 길을 찾고 있다면 ‘남산 둘레길’을 찾아보세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04월 1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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