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도 멀지 않을 벚꽃 그늘, 하동 화개마을 혼례길,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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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도 멀지 않을 벚꽃 그늘, 하동 화개마을 혼례길


화개(花開). 꽃이 핀다는 뜻의 그 이름마저 화사한 마을이다. 경남 하동 화개면은 가수 조영남이 노래하는 그 ‘화개장터’가 있는 곳. 온 국민이 다 아는 이 장터는 북적일 이유가 충분하다고 쳐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볼만한 것은 비단 그것만이 아니다. 자그마치 십리에 달하는 벚꽃길이 흐드러져 상춘객들을 불러 모으는 것. 그 길이 때문에 ‘십리벚꽃길’, 다르게는 ‘혼례길’이라고도 부른다니, 그 사연 또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파묻힐 듯한 벚꽃 그늘 아래로 걸어 들어가 보자.

                    
                

만남의 고장 하동 화개마을

하동군은 경상남도 소재지이지만, 위치적으로 자칫 경상도인지 전라도인지가 헷갈릴 법하다. 그중에도 군의 서북쪽에 있는 화개면은 특히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3개 도(道)와 광양, 남원 2개 시(市), 4군(君)인 산청, 함양, 구례, 하동의 경계로 무려 10개에 달하는 지역의 경계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화개마을의 유명한 5일장 화개장터는 옛날 남도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인근 각지에서 많은 물건과 사람이 몰려들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그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하동 화개장터를 찾는 이들이 많다. 단순히 장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난 시절 수많은 이들이 오고간 만남의 장소로서 이곳은 여행의 명소가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만나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아니다. 한반도 남쪽의 명산 지리산과 풍광 뛰어나기로 소문난 섬진강 역시 화개마을에서 만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다. 인구가 3,5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이래저래 이야깃거리가 많은 곳. 역시 만남이 있는 곳에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법이다.

 

십리가 지척이어라, 벚꽃 혼례길

  • 환상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하동 십리벚꽃길은 혼례길이라고도 불린다.

 

화개마을의 봄을 북적이게 하는 것은 꽃이다. 마을 이름부터가 화개(花開), 꽃이 만발한다는 뜻으로, 신라시대 부터 꽃이 많이 핀다고 그리 불리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꽃놀이로 가장 유명한 곳은 다름 아닌 쌍계사 ‘십리벚꽃길’. 화개장터에서 지리산 남쪽기슭 쌍계사에 이르는 약 4km, 즉 십리에 달하는 길에 수령 30년이 넘는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모여 있다. 이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벚꽃 군락지로 길 양 옆으로 쭉 따라 이어진 나무에 꽃이 만발하면 하늘을 모두 가릴 정도. 흰 꽃그늘을 햇살이 뚫지 못한다.

길 초입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표지판이 새삼스럽게 서 있고 굽이진 길옆으로는 화개천이 흐른다. 꽃이 지면 꽃물이 흐를 물길이다. 화려하다 못해 어지러울 만큼 피어대는 벚꽃 아래서 사람들은 치켜든 고개를 내릴 줄 모른다. 이처럼 너무 아름다워 어찌할 바 모르겠는 것이 벚꽃의, 봄꽃만의 묘미일 것이다.

이 길에는 어여쁜 이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혼례길’이다. 여기서 결혼한 남녀가 많은가 짐작을 해보기도 하지만, 정답은 따로 있다. 벚꽃길이 너무 아름다운 까닭에 그 아래를 손잡고 걷는 남녀는 백년해로, 평생을 함께하게 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온통 연분홍빛으로 가득한 꽃그늘 속에서 서로의 얼굴은 더없이 아름다워 보이게 마련, 눈이 즐거운 만큼 마음도 화사하게 물들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들 테니 말이다. 실제로 꽃잎이 축복하는 결혼식장을 걷는 기분도 충분히 느낄 만하다. 매년 수많은 청춘남녀가 낭만을 즐기며 함께 이 길을 걷는다. 이들 중 모두가 백년해로 할 거라 장담은 못해도, 그 소망을 안고 걷는 이들의 마음이 흐드러지게 핀 벚꽃 못지않게 예쁜 것은 사실이다.

벚꽃은 조금씩 피기 시작할 때부터, 완전히 만개한 후 꽃잎이 흩날려 떨어지는 순간까지 모두 아름답다. 해서 오래 피는 꽃이 아닌데도 벚꽃놀이는 꽤 오래 이어진다. 화개마을에는 4km 혼례길 뿐 아니라, 화개천과 섬진강이 만나는 길을 따라 25km와 지리산 기슭 곳곳까지 벚꽃이 가득하니 고맙다. 아무리 걸어도 지척처럼 느껴질 테니 벚꽃길은 길면 길수록 좋다.

 

그냥 가면 서운하지, 화개장터벚꽃축제

  • 매년 확정은 아니지만, 때때로 화개마을벚꽃축제에선 이 마을의 영원한 스타, 가수 조영남의 공연이 펼쳐진다.

제아무리 환상적인 꽃길이라도 막상 꽃만 보고 돌아가라면 허전하다. 이토록 벚꽃이 아름다운 곳인데 축제를 열지 않을 이유가 뭬 있을까. 매년 4월 하동군과 화개면 청년회는 화개장터벚꽃축제를 열어 화개장터와 쌍계사 벚꽃을 찾아온 발걸음에 흥을 돋운다. 단순히 꽃만 보는 게 아니라 화개장터와 연계해 시장도 즐기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좀 더 웃고 돌아갈 수 있는 축제다. 첫 개최는 1993년으로 꽤 연륜이 있다.

행사 내용은 매년 다르지만, 길거리 씨름대회, 읍면별 장기자랑이 주로 열린다. 화개장터 마당극과 벚꽃가수 선발전도 재미를 더하는 행사 중 하나. 하동 녹차를 시음해 볼 기회도 마련돼 있다. 축제 때면 더 활기를 띄는 화개장터에서 남도의 싱싱한 채소와 약초 등을 살 수 있음은 물론이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마을 주민들과 여행객들 모두 어울려 봄이 선사하는 축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다.

 

꽃길 따라가면 그 끝에

  • 하동 혼례길, 하늘이 보이지 않는 벚꽃 터널을 자전거를 타고도 달릴 수 있다.

화개마을 꽃길은 쌍계사로 향하는 길이다. 십리가 멀지 않게 끝이 보이고 거기서 쌍계교를 넘으면 바로 쌍계사다. 입구의 쌍계(雙溪), 석문(石門)이라 쓰인 큰 바위 두 개는 최치원 선생이 지팡이로 쓴 글씨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신라시대 의상대사의 제자 삼법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처음에는 옥천사라 부르다가 사찰의 부흥을 위해 쌍계사로 바꾸었다. 비단 주위를 이루는 벚꽃군락만이 아니라 쌍계사 주변은 고목과 바위들이 어우러진 빼어난 경승지다. 2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지리산 10경 중 하나 불일폭포도 볼만하다.

또 쌍계사는 차(茶)로도 유명한 곳인데, 신라 흥덕왕 때에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처음으로 차나무 씨앗을 가져와 이곳 쌍계사 주변에 심었다. 이를 계기로 화개마을은 하동의 주요 차 재배지가 됐다고 한다. 화개계곡을 따라 나오는 가파른 비탈길부터 시작해 신흥마을에 이르는 12km 구간이 모두 차밭이다. 쌍계사 일주문 앞에는 차시배추원비가 있고 하동 차 밭 마을에도 차시배지기념비가 있다. 전국 차 생산량의 약 23퍼센트가 이곳에서 난다고 하니, 벚꽃 구경으로 한나절을 보내고 난 후에 지리산의 맑은 물을 머금고 자란 하동 녹차를 앞에 두고 잠시 숨을 돌리면 안성맞춤이겠다.

함께 걷는 이와 백년해로 하게 될 만큼 아름다운 벚꽃길. 어쩌면 그 반대로 함께 하는 이의 아름다움이 그 길을 환상적으로 만들지도 모르겠다. 누구든 손을 붙들고 걷고 싶은 이 있거든 함께 하동으로 가자. 꽃이 만발한다는 화개마을 꽃 아래 십리 길을 걸으면 십 리가 십 분, 평생이 하루 같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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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화개장터 벚꽃축제는 4월 1일부터 사흘간 화개마을에서 열립니다. 만개하는 꽃에 더해 축제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꼭 기억해두세요!

트래블투데이 황은비 취재기자

발행2016년 03월 1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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