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그리고 지식을 말하다. 청주고인쇄박물관,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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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그리고 지식을 말하다. 청주고인쇄박물관


후대로 전해지지 않은 지식은 잊혀진다. 미처 기록할 생각을 못 했던 지식이든, 아니면 기록이 소실되어 전해지지 않은 지식이든, 부단한 노력과 끈질긴 추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지식은 그대로 사장되기 마련이다. 이런 지식의 계승을 한층 원활하게 만들어준 것이 활자와 인쇄기술의 발달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금속활자는 한번 만들 때는 공이 많이 들어가지만 튼튼하고 오래도록 책을 찍어낼 수 있어, 국가적으로 중요하며 여러 번 찍어낼 것 같은 책을 발간할 때는 금속활자를 많이 썼다. 이처럼 활자의 발달사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주고인쇄박물관이다. 

                    
                

금속활자, 왜 중요해졌을까?

흥덕사지에 있는 청주고인쇄박물관. 둥글둥글하게 말려있는 듯한 두루마리의 모습을 띠고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처음 활자가 발명되었을 때부터 서양식 근대 인쇄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활자 인쇄술의 발전을 다루는 박물관이다. 흥덕사지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흥덕사지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기념해 이 자리에 세워졌다. 금속활자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속 자체가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이긴 하지만, 단단하고 오래간다는 점을 보자면 대량의 지식 전달에 적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금속활자는 사람의 손으로 쓰는 필사본보다 빠른 작업이 가능한 데다 한번 만들면 장기간 출판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금속활자는 조선 시대 각종 유교 경전을 출판하는 데 쓰였다. 같은 내용을 담은 책이라도 출판 시기를 추측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금속활자를 주조할 때마다 서체를 비롯한 여러 특징이 드러나기에 가능한 일이다.

 

교니활자부터 금속활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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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시대부터 활자가 어떻게 발달했는지 알려주는 전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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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의 목판활자 기술을 뒷받침하는 사료도 매우 다양하다.

금속활자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활자를 만드는 재료는 다양했다. 쉽게 깎을 수 있는 나무활자를 비롯해 흙을 구워 글자 모양으로 깎아낸 교니활자, 도자기를 빛는 찰흙에 글씨를 새겨 만든 도활자, 바가지 겉면에 글자를 새겨 만든 포활자 등이 그 예다. 이들은 재료의 특성상 초기 비용은 적게 들지만, 쉽게 부서지거나 마모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나마 강도가 어느 정도 나오는 목활자는 계속 먹물을 묻혀 인쇄하다 보면 목판이 쩍쩍 갈라지는 문제가 생겨 책을 대량생산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았다. 더욱이 목판인쇄는 활자를 하나하나 조합해서 사용하는 활판인쇄가 아니라 나무판에 책의 내용을 통째로 새기는 방식이라 활자를 다른 책에 이용할 수 없다는 한계점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판인쇄는 신라 시대부터 꾸준히 활용되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현재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종이도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닥종이라 신라인들이 인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목판인쇄기술은 고려 시대에도 꾸준히 발전을 거듭했다. 고려 시대 목판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서인 보협인다라니경, 몽골군이 물러가길 기원하며 만들어진 팔만대장경 등은 목판본 특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글씨체를 자랑하며 그 당시의 인쇄술에 대해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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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활자가 쓰이면서 인쇄에 쓰이는 부재료들도 달라졌다. 목판인쇄와 금속인쇄를 가를 수 있는 차이점도 여기서 나온다.

고려 시대로부터 조선 시대로 이어진 금속활자는 꾸준한 발전양상을 보였다. 활자의 서체도 풍부해졌으며 납, 청동, 구리, 철 등 다양한 금속의 성질을 이용해 한층 튼튼하고 오래가는 활자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밀랍으로 활자를 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나무 조각을 이용해 빈틈을 메꾸는 방식이 나와, 활판의 흔들림을 줄이며 빠르고 깨끗하게 인쇄할 수 있는 기술도 발전했다. 매끈한 금속활자에 잘 묻는 먹물을 개발한 것도 금속활자의 능률을 높였다. 이와 별개로 나무활자를 찍는 기술도 민간에 퍼져 방각본 소설 등이 서민 문화를 발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나무활자와 금속활자가 찍어낸 결과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궁금해지기 마련. 가장 대표적인 차이점 두 가지를 들자면, 글자의 느낌과 먹 색깔을 들 수 있다. 금속활자는 뾰족하게 나오거나 이지러진 부분을 한번 다듬어 글씨체가 동글동글한 느낌을 주지만, 나무활자는 칼로 새기는 방식이었던 만큼 칼이 잘못 들어 만들어진 흠집을 찾기 쉽다. 또한, 목판활자는 송연묵을 많이 써 글씨 색이 진하고 고른 편이지만, 금속활자에는 김속판에 잘 달라붙는 유연묵을 썼기 때문에 색이 연한 편이다. 이 외에도 고인쇄 기술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알차게 얻어갈 수 있으니 인쇄 기술을 일찍이 발달시킨 민족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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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고인쇄 자료가 모여있는 청주고인쇄박물관! 활자에 담긴 역사와 문화에 대해 눈여겨보세요. 그 속에 담긴 열정과 도전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답니다.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1년 09월 2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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