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외에도 오랜 전통을 유지해온 민족의 명절은 또 있다. 음력 1월 15일인 정월 대보름 앞에도 ‘민족 고유의 명절’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에 한해가 평안하기를 기원하며 부럼을 먹거나 쥐불놀이를 하는 등 풍습을 이어왔다. 한편, ‘민족’이라는 말은 명절 앞에만 붙지 않는다. 기념일에도 붙는다. 우리나라가 자주독립 국가임을 전 세계에 공표한 날을 기념하고자 제정된 삼일절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민족의 기념일’이다.
 
그런가 하면, 예부터 우리 민족은 국가와 민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하나로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해 오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전국적으로 일어난 의병운동과 독립운동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 외환위기나 수해 등 국가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한마음 한뜻으로 성금을 모아 서로를 도운 일도, 서로를 남이 아닌 같은 ‘민족’으로 여기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족’이라는 말에는 분명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지는 어떤 힘이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민족’이라는 말이 지닌 힘은 점차 약해지고, 그 의미도 퇴색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그릇된 ‘민족주의’를 주창하는 일부 세력으로 인해, ‘민족’이라는 말을 국가에 대한 조건 없는 헌신과 희생의 뜻으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우리 조상들이 지켜온 고유한 풍속과 숭고한 업적까지 평가 절하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민족’이 따라붙는 국경일과 명절이 두 번이나 있다. ‘3·1절’과 ‘정월 대보름’이 그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 땅에서 편안한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까닭인 ‘3·1 운동’과 우리 조상들이 지켜온 ‘정월 대보름’이라는 풍속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민족’의 산물이다. 3월, ‘민족’이라는 단어가 지닌 참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우리 속에 흐르는 민족혼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