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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오르골소리박물관에서 감성을 적시다


모든 사물의 존재에는 이유가 있다. 이를 닦기 위한 칫솔, 앉기 위한 의자, 이동하기 위한 자동차, 지식을 얻거나 재미를 주는 책, 몸에 근육을 만들어 주는 아령 등등. 하지만 여기에 신기한 물건이 있다. 태엽을 감으면 아름답고 낭만적인 음색이 연주되는 ‘오르골’이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오르골들은 제각각 다른 소리들을 품고 있다. 오르골의 존재의 이유를 한마디로 정의하기엔 뭔가 망설여진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오르골의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는 사실.
자, 그럼 오르골의 태엽을 감으러 경주 오르골소리박물관으로 떠나볼까.

                    
                
 

경주의 첫 관문, 오르골소리박물관

 
  • 경주 오르골박물관 전경은 경주 IC휴게소 내에 위치한다.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에 방문한다면 지나치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국내최초 오르골 박물관인 경주 오르골소리박물관이 바로 그것이다. 경주 오르골소리박물관은 경주 IC휴게소 안에 위치하기 때문에 경주여행을 이곳에서 시작하면 좋다. 비록 오랜 시간 차를 타고 경주에 왔다 할지라도, 이곳을 방문한다면 현실세계를 잠시 벗어나 미지의 세계를 만난 기분을 만끽하게 될 것이니까.
 

 

오르골, 넌 누구니? 

 

한 바퀴, 두 바퀴 정성 들여 태엽을 감으면 이윽고 사랑스런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일정한 음악이 자동으로 연주되는 신기한 물건, 오르골. 우리에겐 오르골이란 이름이 친숙하지만 본래의 이름은 네덜란드어로 ‘오르겔(orgel)’이다. 오르겔이란 이름이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오르골로 불리게 되어 우리나라에까지 정착한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뮤직박스로 불린다. 그렇다면 오르골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오르골의 시초는 14세기 네덜란드 교회의 종이다. 칼리욘(carillon)으로 불리는 끈을 잡아당겨 내는 종소리로 사람들은 시간을 알 수 있었다. 그 풍경을 잠시 상상해본다. 마을 곳곳 아름다운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밥을 하던 사람도, 길을 걷던 사람도, 물건을 팔던 사람도 하던 일을 멈추고 시간을 음미한다. 사람들은 이 소리를 탁상에서 재현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후 태엽장치가 고안되는 등 기술이 발전되어 18세기 말 최초의 오르골이 탄생하였다. 1796년 스위스 제네바의 시계장인 A. 파브르(Antoine. Favre)가 만든 최초의 오르골은 시계나 담배상자, 반지 등에 응용되었다. 태엽을 감으면 원통에 붙인 핀이 강철 빗살을 튕기며 소리를 내는 원리였다. 그 후 한동안 전 세계적으로 널리 유행하였던 오르골은 에디슨의 축음기 발명과 제1차 세계대전, 대공항 등으로 위기를 겪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 주둔했던 미군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오늘날까지 명맥을 잇게 되었다. 
 

 

놓칠 수 없는 즐거움, 희귀한 오르골들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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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4년 독일에서 제작된 스타인웨이 자동연주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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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7년 벨기에에서 제작된 댄스오르간 

경주 오르골소리박물관에는 예사롭지 않은 오르골들이 모여 있다. 이 박물관은 개인소장으로 이루어졌는데, 박물관 소유주가 여러 해 동안 해외를 돌아다니며 오르골들을 수집한 덕분에 이색적이고 희귀한 오르골들이 가득하다. 대형 오르골과 축음기, 실린더오르골과 디스크오르골 등의 다양한 오르골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전시품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 전시된 오르골과 축음기는 단순한 전시물이 아닌, 진짜 소리가 나는 것들이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오랜 세월 품고 있었던 이야기 같은 멜로디의 선율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친절한 큐레이터가 오르골에 대해 직접 설명해주고 소리도 들려주어 관람하기 더욱 좋다.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자동연주 피아노와 댄스 오르간이다. ‘스타인웨이 루이15세 듀어아트 그랜드 피아노’는 1924년 독일에서 제작된 자동연주 피아노이다. 소리를 기록한 특수제작 페이퍼를 장착하면 모터에 의해 자동으로 연주되는 원리이다. 피아노가 자동으로 연주되기 때문에 ‘유령 피아노’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피아니스트의 감정과 악센트, 템포까지 섬세하게 기록할 수 있어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직접 듣는 듯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즐거움과 놀라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댄스오르간은 경주 오르골소리박물관의 하이라이트이다. 1907년 경 벨기에에서 만들어진 이 댄스오르간은 국내 유일할 뿐 아니라, 가로 8.6m, 높이 5.6.m로 댄스오르간으로는 세계최대의 규모이다. 800여개의 파이프로 바람을 내어 뮤직 북에 있는 구멍을 인식하여 소리를 내는 방식인데, 무려 27개의 악기소리를 낸다. 성과 같이 화려한 무대 위에 노래하는 이들과 붉은 치마를 펄럭이는 무용수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다. 댄스오르간이 환상의 오케스트라 음악을 연주하면 성과 같이 화려한 무대 위에서 무용수는 붉은 치마를 펄럭이며 춤을 춘다. 제작 당시 무도용으로 이용되었을 만큼 화려하고 웅장한 이 무대는 보는 이들을 중세의 그 무대로 타임슬립하게 만든다.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힐링해 줄, 오르골 테라피

 

오르골은 듣기에 좋을 뿐 아니라 힐링에도 그만이다. 오르골 울림에서 발생하는 고주파와 저주파는 뇌간을 자극하여 자율신경과 호르몬 분비를 정상적으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또한 스트레스나 우울증, 아이들의 감수성과 예술성을 키우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오르골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선 안 될 머스트-비 (must-be) 아이템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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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5년 03월 2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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