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동물 보러 가니? 난 제주에 동물이랑 놀러간다!,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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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동물 보러 가니? 난 제주에 동물이랑 놀러간다!


날이 따뜻해지니 유년 시절 짝꿍의 손을 잡고 두 줄로 걸으며 동물원을 구경하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마냥 신기하고 즐거웠던 걸로 기억되지만, 지금은 동물원이라는 개념 한 구석에 자리한 동물들의 안타까운 삶을 떠올리곤 한다. 그나마 동물 복지에 닿는 사회적 관심이 있어,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개방형 동물원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전주 동물원, 광주 우치 동물원 등 생태동물원 건립을 추진하기로 확정한 곳도 적지 않다. 한창 아이들 교육에 열을 올리는 요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동식물 체험학습은 긴 줄 속에서 담장 너머 동물과 눈이라도 한 번 마주치려 까치발을 드는 십 수 년 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제대로 된 동물 체험, 알고 보면 동물들과 교감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곳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아직 잘 몰라서일까? <트래블투데이>가 동물들과 한 바탕 놀 수 있는 제주로 안내한다.

                    
                

제주도에는 큰 동물원이 없다. 대신 가축이나 조류를 키우는 농장형태의 소규모 동물 체험장이 더러 있다. 꼭 수백 종의 동물을 보는 대형 테마파크 동물원이 아니어도, 오히려 사람들은 동물 가까이 다가가고 함께 어울리면서 생생한 기억의 시간을 보낸다. 또 이런 체험장들은 주로 공원 형태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동물 체험과 동시에 만발하는 봄꽃을 더불어 자연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특별한 장점이다. 먼저 서귀포시로 가보자.

 

드넓은 초원에서 말과 친해지는 법, 조랑말체험공원

  • 서귀포 가시리 마을에 있는 조랑말체험공원은 승마장과 박물관, 숙소까지 갖추고 있다.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동물이 바로 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낸다.’ 하듯 제주 ‘조랑말체험공원’이 있는 가시리마을은 조선 시대 최고의 말을 사육했던 갑마장(甲馬場)이 있던 곳이다. 무려 600년 간 목축을 했던 고장으로 말을 키우던 제주의 산마장 중에 가장 큰 녹산장(鹿馬場)도 가시리마을에 있었다. 그 자리에 세워진 조랑말체험공원은 승마장과 조랑말박물관이 있어 말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고 숙박시설도 있어 제주 여행의 중심으로 삼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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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랑말체험공원에서 '조랑말과 친해지기'체험 중인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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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랑말체험공원에서는 제주말을 만날 수 있다. 뒤로 보이는 건물이 조랑말박물관
 

초지와 적당히 볼록한 오름 섞인 땅이 넓게 펼쳐진 공원은 어디서든 말이 달려올 법한 모양새로 입구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승마장이 있다. 이름은 따라비 승마장, 가시리 마을에 있는 따라비 오름을 따서 지었다. 약 40,000 제곱미터의 초지에 가시리 마방목지의 경계를 나타내던 잣성(돌담)이 둘러져 말을 타면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상당히 아름답다. 승마장에는 다양한 승마체험이 있는데, 그중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조랑말과 친해지기’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말은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훨씬 커서 아이들에게 자칫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말 먹이주기부터 시작해 말 몸 솔질하기, 말똥 줍기, 안장 채우기를 거쳐 마지막에 말에 오르는 순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체험시간이면 아이들은 금세 말과 친해져 스스럼없이 대하게 되니 순수한 교감이 신기하기도 하다.

또한, 원한다면 주기적으로 배우는 승마클럽에도 가입할 수 있다. 공원 중앙에 자리한 조랑말박물관도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농림부의 후원을 받아 가시리 마을에서 건립한 것으로 국내 최초의 리립(里立) 전문 박물관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 둥근 오름 같은 건물을 위에서 보면 말발굽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주말의 기원, 역사 등 다양한 자료를 전시했고 말을 소재로 한 미술작품도 볼거리를 더한다.

 

우리 밖으로 나온 동물들, 휴애리자연생활공원

  •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의 유명인사, 아기 흑돼지들이 먹이를 향해 미끄럼틀을 내려오고있다.

제주의 향토공원으로 꾸며진 서귀포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감귤, 흑돼지, 승마 등 제주의 대표 명물과 더불어 다양한 동물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중 휴애리공원을 찾는 발길을 한 데 붙잡아 두는 것은 아기 흑돼지 먹이주기 체험. 먹이를 향해 미끄럼틀에서 뛰어 내려오는 흑돼지들의 깜찍한 자태가 웃음을 자아낸다. 더불어 휴애리 공원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동물과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 산토끼, 다람쥐, 산 양, 흑염소, 소, 닭, 거위 등 친숙한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은 멀리서 바라만 보는 일반 동물원과는 확연히 다르다. 책이나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동물이지만, 가까이에서 말을 걸면 누구보다도 아이들이 가장 먼저 교감하고 허물을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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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무엇보다 동물을 가까이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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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를 시작으로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는 꽃들이 빛을 발한다.
 

또한, 먹이주기 체험 장소를 포함해 공원 전체가 하나의 숲을 이루고 있는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화산재인 화산송이를 길에 깔아 맨발로 걷기에 좋고 한라산 끝자락에 있어 손에 잡힐 듯한 한라산 봉우리를 보면서 산책할 수 있다. 2월에는 매화, 3월은 유채로 덮여 봄꽃을 보러오는 사람도 많다.

 

물고기의 집들이, 마라도 유람선

사방이 바다인 제주에 왔으니 이왕이면 물고기를 만나는 일은 식당이나 시장이 아니라, 바다 속에서 해볼 것을 권한다. 섬 속의 섬 서귀포시 마라도에 해저탐험을 할 수 있는 유람선이 있다. 선착장에서 탑승객을 기다리는 노란 잠수함은 왠지 장난감일 것 같은 엉뚱한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거뜬히 정원 50여 명을 태우고 해저 30m를 오르내린다. 푸르게만 보이던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이내 눈이 크게 떠진다. 말 그대로 새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 수면에서 10m 아래로 내려가면 미역, 모자반, 우무가사리 등 해초가 우거진 바다의 초원이 나오고 20m 지점부터 드디어 물고기가 가득한 진짜 바다를 만나게 되는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동그란 창가에 가까이 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잠수복을 입은 다이버가 펼치는 물고기 쇼도 볼 수 있다.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형형색색의 신비로운 산호 군락을 만난다. 바다의 풀과 생명, 땅에 이르기까지 속살을 제대로 구경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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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도 인근의 바다속을 탐험할 수 있는 잠수함의 노란색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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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저 20m에 다다르면 물고기들로 가득한 바다 속을 만나게 된다.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오르면 햇빛에 대한 반가움과 동시에 아쉬움이 든다. 하선하는 사람들의 여운을 달래는 것은 탐험 증명서. 해저를 탐험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글귀와 잠수함 안에서 찍는 사진이 담겨있어 잠시 물고기의 삶을 엿봤던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 아침 시간이나 비오는 날에는 플랑크톤 활동이 둔해져 더 선명한 해저탐험을 할 수 있다니 참고할 것.

 

이국적인 제주가 있는 곳, 한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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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림공원 아열대식물원에선 육지거북이 주인노릇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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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공원에서 앵무새 먹이주기 체험 중인 외국인 관광객
 

제주시에 있는 한림공원은 1971년 개장으로 역사가 깊다. 10만 여 평의 모래밭에 야자수 씨앗을 심은 것이 지금의 한림공원 야자수 나무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미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이곳에는 식물과 동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고 있다. 총 아홉 개의 주제로 편성된 정원마다 색다른 분위기가 있고 이른 봄의 수선화부터 매화, 튤립, 벚꽃에 이르기까지 오색 꽃이 피어 일 년 내내 축제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크고 작은 선인장과 관엽 식물이 제주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아열대식물원에서는 신기한 식물들 사이로 열대지방에 사는 도마뱀과 거북이를 볼 수 있다. 진한 빛깔의 꽃들 사이로 커다란 눈을 가진 도마뱀이 외국 여행을 왔나하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음으로 사파리 조류원은 공작부터 꿩, 타조 등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새들이 가득한 정원. 또렷한 생김새로 말을 거는 듯 사람들을 바라보는 앵무새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로운 타조들은 새들만 존재하는 세상에 있는 모양. 앵무새를 팔에 올리고 먹이를 주는 체험은 역시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연못정원에도 물가를 거니는 새들을 볼 수 있는데, 연못 안에는 갖가지 수생식물과 더불어 한가득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주변으로 예쁘게 핀 꽃들까지 눈에 들어오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다 싶다. 이외에도 한라산 화산 분출로 형성된 협재굴, 옛 촌락의 모습을 보존해 둔재암민속마을, 화산 지형에서 나오는 진귀한 수석을 모은 재암수석관 등 넓은 만큼 볼거리도 가득하다.
 

  • 제주시 한림공원은 연중 다양한 꽃이피므로 늘 축제가 열린다.

 

사실 제주는 굳이 동물원에 가지 않아도 쉽게 동물을 마주칠 수 있는 곳이다. 도시에 돌아다니는 고양이처럼 말이 아무렇지 않게 다니고 새가 집에 들어오거나 주택에 둥지를 트는 일도 흔하다. 야생 노루도 심심찮게 보인단다. 이러니 제주도에 큰 동물원이 없는 이유는 그 자체로 동물원이기 때문이겠다. 잘 보존된 자연 속에서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제주. 잘 꾸며진 동물원보다, 동물들의 삶터에 집들이를 가는 마음으로 제주 여행을 떠나보자. 아이도 어른도 동물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 모두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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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제주는 지붕 없는 동물원이었네요! 봄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지 제주로 동물친구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6년 03월 1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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