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한 진달래 소녀가 마음껏 뛰노는 곳 비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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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슬산 참꽃 군락지

2월 말부터 3월 초에 한창인 동백도, 3월 중순 한창 피어나는 매화와 산수유도, 황금색 눈부신 유채도 봄의 개화를 알리고 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갈 준비에 바쁘다. 한데, 뒤늦게 차가운 봄바람이 한풀 꺾여 나들이하기 좋은 4월이 되면 대구 달성군의 비슬산 곳곳에는 자유롭다 못해 입이 딱 벌어지게 하는 소녀가 있으니 바로 진달래 소녀다. 아무리 봄이어도 심술궂게 불어대는 봄바람이 싫어서였을까. 남들보다 늦게 찾아온 진달래는 얌전하고 고고한 매화나 벚꽃보다는 한층 더 활발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청정 공기 속에 자란 그 시절 진달래의 맛

어릴 적, 봄이 되면 자주 올라갔던 뒷산에도 늦은 봄이 되면 진달래가 만개하였다. 얼어 있던 얼음은 언제 녹았는지 벚꽃이 없던 동네에서 뒷산에 핀 진달래는 봄을 느끼게 하는 유일한 꽃이었다. 그중에서도 산을 오르며 아이들이 가장 많이 했던 것은 신나게 놀다가 따먹는 진달래였다. 요즘에야 공기 중에 섞여 떠도는 안 좋은 먼지 때문에 자연에서 핀 꽃을 그대로 따먹는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되지만, 80년대만 해도 산에서 뛰놀다 배고프면 잠시 허기를 달래던 것 중 하나가 진달래였다.
 
진달래를 따와 어머니께 드리면 그날은 꼭 찹쌀가루를 붙여 진달래 화전을 저녁상에 올려주셨으니, 그것이야말로 봄꽃과 한층 더 가까운 꽃놀이가 아닐까? 하지만 요즘 이런 풍경은 없다. 진달래밭에서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고 진달래 길을 오르고, 각종 문화공연을 보는 것이 진달래 축제이니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이를 기억하는 세대가 있는 한 비슬산을 오르며 진달래 한 봉우리 따서 입에 넣는 관광객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비슬산의 사계절은 모두 아름답다. 봄에는 진달래로, 겨울에는 계곡에서 보여주는 얼음 장관으로. 그리고 등반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곳의 기암괴석들이 볼만하다. 참꽃은 진달래의 대구 방언이다. 봄날의 비슬산은 참꽃이 메인이지만 그렇다고 참꽃만 보고 내려오면 아쉽다. 칼바위, 스님바위 그리고 체력이 된다면 조선 시대 얼음 창고였던 현풍석빙고까지 돌아본다면 알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