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인사동에서 꼭 우리 차(茶)를 마셔야 하는 이유,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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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인사동에서 꼭 우리 차(茶)를 마셔야 하는 이유


2001년 인사동에 한글 간판을 건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 어떤 이는 우리 전통의 거리에 외국 커피숍이 웬 말이냐며 반발했고 또 어떤 이는 전 세계에 동일한 간판을 거는 스타벅스가 한글 간판과 전통 실내장식까지 하게 한 인사동의 전통을 자랑스러워 할 일이라고 했다. 14년이 흐른 지금, 결과는 후자 편, 인사동은 스타벅스도 한글을 쓰는 전통의 거리로 통한다. 하지만 2002년 문화지구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인사동 문화의 거리에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화장품가게, 프랜차이즈 가게 등이 전통 색을 흐린다는 지적은 여태껏 이어지고 있다. 이름은 전통의 거리인데 자칫 그 길 위에서 무얼 해야 할지 목적을 잃어버리기 쉬워졌다. 남들 따라 엄한 데 가지 말고 스마트하게 즐겨야 할 이 시점, [트래블투데이]가 제안하는 인사동 체험은 바로 한국 전통 찻집이다. 

                    
                

그 길에서 꼭 가야 할 곳, 전통 찻집

쌀쌀한 날씨에도 인사동에는 사람이 많았다. 다양한 연령층이 섞여 한 데 오고 가는 자리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거리에 진열된 오색 장신구와 공예품 앞에서 한참 구경하는 외국인 커플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캐나다에서 온 이들의 손에는 이미 자수 주머니, 필통 등 갖가지 물건들이 들려있었다. 서울 여행 일주일 중 인사동이 다른 곳보다 전통적인 느낌이라 좋다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뭐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물었더니 골동품을 볼 수 있는 가게가 기억에 남는다고 지금은 호떡을 먹을 거라 기대된단다. 인사동 호떡도 물론 명물이지만 좀 더 전통에 가까운 것을 추천해주고 싶어 이곳에 한국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많은걸 아느냐고 물었더니 금시초문이라, 경인미술관 전통다원을 소개해 주고 헤어졌다. 인사동 인파 중에는 비단 외국인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무엇을 즐겨야 할지 모르고 이 길을 지나치는 이들이 많다. 화제성 짙은 장소 위주의 온라인 정보 때문일까? 적어도 인사동에서는 한국의 맛과 멋을 즐길 곳이 많다는 걸 우리부터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 인사동14길, 귀천을 비롯해 전통 찻집, 음식점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예술가들이 풍류를 읊으며 시간을 보내던 인사동 찻집은 세련되기보다는 조용하고 아늑한 장소다. 1970년대 중반 골동품 상점이 과세와 가짜 고서화 문제로 대거 청계천으로 떠나자 전통 차 문화 붐에 따라 다기(茶器) 전문점과 전통 찻집이 그 자리를 메워 지금에 이르렀다. 큰 거리에도 찻집이 많지만, 골목골목 숨어있는 오래된 찻집은 보물처럼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귀천(歸天), 영원히 살아있는 천상병 시인을 추억하는 찻집

  • 천상병 시인 부부의 사진이 걸려있는 전통 찻집 귀천.

귀천(歸天)은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으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는 첫 구절만 들어도 온 국민이 알 법한 시다. 시 한 수로 받는 원고료 5,000원을 가지고 막걸리 다섯 사발을 즐겼다는 시인은 삶을 소풍에 비유했다. 인사동 찻집 귀천은 그 소풍의 무대가 된 곳. 시인 작고한 뒤에는 아내 목순옥 여사 홀로 꾸려가다가, 2010년 목 여사 타계 후에 본점이 문을 닫고 인사동 14길에 2호점만이 남았다. 이곳은 지금 목 여사의 조카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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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찻집 귀천의 내부. 천상병 시인의 아내 목여사 타계 후 분점만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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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천의 내부에 직접 담은 차들이 한가득이다.

조그만 공간이지만 넓은 탁자 6개와 소파는 한 번 앉으면 도무지 일어날 생각이 안들만큼 아늑하다. 직접 담근 모과차, 대추차가 벽 쪽에 가득 들어차 있는데, 누구는 이곳 모과차의 맛이 꼭 천상병 시인의 시 같다고도 한다. 벽에는 작고한 시인 부부의 생전 사진, 시 구절 등이 걸려 있어 차 한 잔에 추억도 흠뻑 마실 수 있다. 따뜻한 공간 속에 잊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과 입소문을 따라온 어린 손님 모두가 익어가는 차와 함께 시간을 나눈다.


미술관 옆 찻집, 경인미술관 전통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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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미술관 전통다원에서 한옥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도 운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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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다원의 내부, 깔끔하고 시원하다.

인사동 경인미술관 마당에 함께 위치한 전통다원은 고택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개조한 한옥 건물을 쓴다. 겨울을 제외하면 마당에 있는 테이블이 늘 꽉 찰 만큼 한옥을 마주하고 앉는 야외가 운치 있다. 좁은 간격 때문에 옆 사람들 이야기까지 다 들어야 하고 심지어는 고함으로 대화해야 할지 모를 커피숍과 달리 내부가 널찍하고 깔끔해서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에도 좋은 곳. 열다섯 종류 이상 전통차를 다양하게 갖췄고 차를 시키면 나오는 한과도 먹을만하다.

인사동 전통 찻집들은 대체로 시끌벅적하지 않은 분위기와 더불어 생강차, 모과차, 대추차, 쌍화차 등 여러 대용차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잎으로 만든 차와 달리 찻집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만큼 이제 인사동에 들르면 꼭 정성이 담긴 전통차를 사이에 두고 도란도란 분위기를 즐겨보자. 도심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인사동의 진가를 맛보고 나면, 매주 이곳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1. 천상병 시인의 생전 삶이 녹아있는 전통찻집 ‘귀천(歸天)’의 모과차
2. 외부는 한옥이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개조한 신세대 전통찻집 찾아 골목 탐방
3. 경인미술관에서 전시도 보고 ‘전통다원’에서 대추차 한잔. 햇살 아래 바깥 자리가 명당
4. 30년 세월이 우려내는 찻물과 조용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신옛찻집’
5. 파릇한 찻잎에서 우러난 녹차와 아이스크림. 차 마시고 쇼핑도 하는 ‘오설록티하우스’
 

인사동 쌈지길 맞은편 오설록 티하우스는 찻집은 물론 선물 사기 좋은 매장도 마련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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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동 쌈지길 맞은편 오설록 티하우스는 찻집은 물론 선물 사기 좋은 매장도 마련해두었다.
  • 인사동 숨은 골목길에는 한옥을 개조한 전통 찻집이 많다.
  • 외부는 한옥으로 내부는 깔끔하게 꾸며 부담없이 갈 수 있는 전통찻집
  • 별다방 미스리는 젊은이들의 인사동 필수 코스로 추억을 콘셉트로 한 커피숍이다
  • 경인미술관 전통다원의 입구. 정갈한 느낌이 난다.
  • 인사동 아름다운 차 박물관에서 전시장과 차를 함께 즐겨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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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거리에서도 아메리카노를 마시나요? 그 거리에 더 없이 어울리는 전통 찻집이 골목마다 숨어있으니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트래블투데이 황은비 취재기자

발행2016년 03월 1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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