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정이 있는 경주양동마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경주에 위치한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두 가문에 의해 형성된 양반마을이다. 마을 북쪽에 위치한 설창산의 산줄기가 물(勿)자 모양으로 내려와 능선을 이루고 능선이 이루는 세 골짜기에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손씨와 이씨의 양 가문은 각각 서로 다른 골짜기에 자신들의 종가와 서당, 정자 건물을 두고 있다. 신분의 차이에 따라 지형이 높은 곳에 양반가옥이 위치하고 낮은 곳에 외거 하인들의 주택이 양반가옥을 에워싸듯 형성되어 있다. 마을 가옥의 대부분은 ㅁ자형이며 부엌은 ㄱ자형, 서당은 ㅡ자형이 대부분이다.
 
양동마을은 한옥 이외에도 유명한 것이 하나 있는데 마을회관 옆 우아한 곡선의 담장에 기댄 거대한 회화나무다. 이 거대한 회화나무 사이로 멋들어지게 생긴 누마루 한 채가 있는데 바로 심수정이다. 심수정은 벼슬길을 마다하고 형인 이언적을 대신해 어머니를 극진히 모신 농재 이언괄(1494~1553)을 추모해 지은 정자로, 건물은 정자와 행랑채로 구분된다. 두 건물은 ‘ㄱ’자형으로 정자는 사주문을 세우고 담장을 만들어 독립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산을 깎아 생긴 절개지에는 봄이 되면 노란 봄꽃들이 만개하고 회화나무의 여린 잎들이 조금씩 돋을 때면 마을 전체에 개나리와 진달래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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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마을 전경, 기와지붕이 수줍게 덮여있다.

정자는 일각문에 별도의 담장을 만들고 일곱 칸 대청으로 된 평면에 동쪽과 서쪽에 각각 온돌방을 둔 이익공의 팔작집이다. 심수정 담장 너머 강학당으로 가는 길옆에 자리한 행랑채는 방, 마루, 방, 부엌이 연결되고 서북쪽으로 연장하여 광 한 칸을 두어 ‘ㄱ’자형 평면 구조로 되어 있다. 마당에는 두 그루의 향나무가 있는데 정자 쪽 향나무는 직선의 모양이고 누마루 쪽 향나무는 살아 숨 쉬듯 휘어져 자라고 있다. 솜씨 좋은 사람이 조각을 해 놓은 듯 멋들어지게 휘어져 자란 향나무는 회화나무 못지않게 아름다워 정자 마당에서 바라보는 모습 또한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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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마을 들어서는 초입에 거대한 회화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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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가운데의 물이라는 표현인 심수정 편액이 걸려있다.

아름답게 조각된 계자각 난간과 팔각불발기창을 갖춘 누마루는 양동마을의 멋스러운 회화나무와 향나무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더한다. 정자의 기단은 커다란 장방형 강돌을 쌓고 그 위에는 넓은 판재를 이용해 갑석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주택에서는 흔히 볼 수 없다. 이는 고려시대 이전 사찰의 본전 기단에서 볼 수 있는 양식이다. 기단 앞에는 두 군데의 기단에 오르는 돌계단이 있는데 넙적한 강돌을 놓았을 뿐 조각되거나 잘 다듬어지지 않은 돌을 사용해 흐트러짐이 없이 정갈하며 한옥 특유의 여유를 느끼게 만든다.
 
대청의 천장은 종보가 짧은 5량 집의 가구 구조다. 둥근 보와 기둥이 만나는 기둥머리에 보아지를 대고 이익공의 공포를 꾸미고 있다. 강당 정면 위에 심수정의 편액이 걸려 있고 온돌방의 문틀 위에는 이양재의 편액이 걸려 있다. 삼관헌은 대청 모서리 쪽에 걸려 있다. 심수정은 ‘마음 가운데의 물’이라는 표현으로 생활의 절제와 규범을 잘 지키던 이언괄의 사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편액이다. 심수정 편액은 추녀 아래 있고 예서체로 쓴 심수정은 대청마루 뒤편 바라지창틀 위에 걸려 있다. 그리고 정자형 사랑채에는 함헌루 등 네 편의 글씨가 있다. 건물과 잘 어울리는 활달하면서 부드러운 행서 글씨는 심수정의 분위기를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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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껏 뻗은 지붕이 잘 생긴 심수정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복잡하면서도 단순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심수정의 연한 나무 냄새 끝에 걸린 네 편의 글씨에서 제멋대로 흐르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옥의 참맛이 자연 그대로의 향과 선이라고 했던가.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집에 크고 작은 나무를 심어 자연과 어우러지게 한 심수정에는 어쩐지 지나가던 바람과 구름도 잠시 앉아 복잡한 마음이 가득한 숨을 고르고 갈듯하다.

 

*주변 관광지
 
불국사·석굴암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다보탑과, 석가탑으로 불리는 3층 석탑, 자하문으로 오르는 청운·백운교, 극락전으로 오르는 연화·칠보교가 국보로 지정, 보존되어 있다. 석굴암은 토함산 중턱에 인위적으로 석굴을 만들고 본존불인 석가여래불상을 중심으로 그 주위 벽면에 보살상 및 제자상과 역사상, 천왕상을 조각했다. 360여 개의 넓적한 돌로 원형 주실의 천장을 교묘하게 구축한 건축 기법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뛰어난 기술이다.
 
경주역사유적지구
신라 천 년(B.C 57 - A.D 935)의 고도(古都)인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불교 유적, 왕릉이 잘 보존되어 있다. 유적의 밀집도, 다양성이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유적의 성격에 따라 5개 지구로 나뉘어 있으며 불교미술의 보고인 남산지구, 천년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신라왕을 비롯한 고분군 분포지역인 대능원지구, 신라 불교의 정수인 황룡사지구, 왕경 방어시설의 핵심인 산성지구로 구분되어 있으며 52개의 지정문화재가 세계유산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태종무열왕릉
통일의 기반을 닦은 김춘추 신라 29대(재위 654~661) 태종무열왕릉으로 경주 북서쪽의 선도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구릉에 있다. 머릿돌에는 좌우에 3룡식(三龍式) 6룡이 뒤엉켜 여의주를 받들고 있지만 비의 몸체가 없어져 내용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남아있는 받침돌과 머릿돌만으로도 걸작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