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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고스란히 이어온 종가의 미(美), 칠계재


종가의 기품이란 쉬이 쌓이는 것이 아니요, 그 세월의 힘이란 쉬이 무너지지도 않는다. 전통을 이어가는 것 또한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에도 여전히 기품 있고 고택에 대한 애정도 아낌이 없다. 그 마음은 고택을 찾는 손님들에게 이어진다. 

                    
                
  • 한국 문화의 '정신 수도' 안동에 소재한 칠계재는 오랜 세월 잘 보존되고 있다.

 
  • 여전히 건재한 종가의 힘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경북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에 위치한 칠계재는 안동 장씨 후손이 거주하며 종가의 기품과 유교적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 건물은 칠계재 장세규공(張世奎, 1783~1868)의 고택으로 현재는 장세규의 7세손인 장연찬이 거주하며 고택을 관리하고 있다. 제사만 1년에 10번이 넘게 지낸다고 하는데, 정성스레 조상을 섬기며 그들이 머문 가옥을 제 몸같이 아낀 덕분에 고택은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고택으로 들어서면 ‘ㅁ’자형의 한옥을 만나게 되는데 가운데 자연스럽게 마당이 생겨 안정감을 준다. 방문과 창문을 열면 사방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마당을 가로질러 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칠계재의 사랑채는, 일반적인 ‘ㅁ’자형 건물과 마찬가지로 고택으로 들어서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정면 3칸, 측면 1칸으로 2칸 크기인 방 1개와 1칸의 마루로 되어 있다. 사랑채 전면에는 툇마루를 설치하였고, 사랑채의 출입문은 각 칸마다 설치되어 있다. 사랑채 내부는 사랑방과 사랑마루로 나뉘며, 사랑방과 사랑마루 사이에는 사분합 들어열개문을 설치하였다. 사랑마루의 바닥은 우물마루이고, 천장은 연등천장이다.
 

 
  • 전통을 헤아리고 섬기는 마음이 속속들이 느껴진다

안채는 정면 5칸, 측면 4칸 크기의 홑처마 팔작지붕집이다. 안채의 정면 5칸 중 중앙의 3칸은 대청이었는데, 현재는 왼쪽 협간에 방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 2칸이 대청으로 쓰인다. 안마당에서 볼 때 제일 좌측 칸에 안방이 있다. 아래쪽 1칸을 터서 크기는 2칸통이다. 안방을 기준으로 하여 위쪽에 방을 하나 내어 뒷방으로 사용하였으며, 아래쪽으로는 2칸의 부엌이 있다.
 
안방의 대청 맞은편에는 상방이 있으며 상방 아래에는 대문간이 있는데, 대문간에는 다락을 두어 헛간으로도 사용한다. 대문간 아래에는 곳간이 있으며 곳간 아래에는 책방이 있다. 책방은 사랑채와 연결되어 있다.
 
칠계재에서 건축상 특이한 구성은 모채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행랑채에 해당하는 모채는 사랑채의 좌측, 즉 대문채 옆에 있는데 칠계재는 외양간과 안채의 부엌 모서리 부분에 있다. 모채에는 모방이 1칸 있고, 출입문은 사랑 마당과 안마당에서 각각 출입할 수 있도록 설치하였다.
 

 
  • 큰 장독 안에 칠계재의 보물이 들어있을까?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사랑채와 대문 사이 놓인 장독이다. 집안의 가장 큰 보물로 여기던 장독들이 키순으로 줄지어 놓여 있는데 독특한 것은 장독대 주변으로 낮은 기와 담장을 두른 것이다. 종가에서 장독대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그 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칠계재 뒤에 있는 광풍정은 경북 문화재자료 제322호로 지정되어 있다. 조선 중기 성리학자 장흥효(張興孝:1564∼1633)가 초당(草堂)으로 지어 300여 문인에게 강학하던 유서 깊은 정자다. 장흥효의 자(字)는 행원(杏原), 호는 경당(敬堂)이다. 관직에 나가지 않고 향리에 은거하며 학문 연구에 몰두하여 영남학파의 발전 및 후진양성에 힘썼다 한다. 광풍정은 1838년(헌종 4) 이 지역의 유림들이 현재의 모습으로 개축하였고 현재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기와로 된 팔작지붕집이다. 구조를 보면, 지대의 경사가 심해 건물의 몸체만 기단 위에 올라앉아 있고 계자(鷄子) 난간을 두른 마루 부분은 기단 바깥으로 돌출된 특이한 구조다. 왼쪽 뒤쪽으로 2칸 방, 그 앞쪽에 1칸 방을 두었고 앞은 마루이다.
 
전체적으로 마루공간과 온돌방이 대각선으로 구성된 정자다. 지형적인 환경요인을 적절히 받아들인 건물로 건축사적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정자에 오르면 아름다운 주변의 산세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여 풍류를 즐겼던 우리의 조상들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다.

새벽의 공기가 방안을 감싸고 돌 때 부엌에서 뚝딱뚝딱하는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좀 더 늦장을 부릴까하다 새벽안개 낀 고택의 전경을 둘러보고자 졸린 눈을 비비고 아침산책을 다녀오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한상이 차려져 있다. 안주인의 아낌없는 정성과 그 솜씨에 숟가락을 들지 않아도 먼저 배가 부르다. 오신 손님 정성스레 대접하는 것이 종가의 예라며 수줍은 듯 돌아나가시는 종부의 뒷모습이 참 넉넉하다. 밥과 뜨끈한 국 하나면 되련만 반찬이 여남은도 넘는다.
 
종가의 아름다움과 기품은 한 순간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통에 전통을 덧입혀 고스란히 이어져 내려와 은은한 연꽃 향처럼 자연스레 퍼져나가는 것이다. 은은한 아름다움에 넉넉한 마음을 얻고 가는 여행이야말로 힐링캠프가 아닐까.
 

 

*주변 관광지

하회마을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 있는 민속마을로 2010년 8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전란의 피해 없이 민속적 전통과 건축물을 잘 보존한 풍산 류씨(柳氏)의 씨족마을이다. 류성룡(柳成龍) 등 많은 고관들을 배출한 양반고을로, 전래의 유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

도산서원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있는 서원이다. 1574년(선조 7) 이황(李滉)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하여 그의 문인과 유림이 세웠다. 원래는 이황이 도산서당을 짓고 유생을 가르치며 학덕을 쌓던 곳이다. 서원 안에는 약 400여종에 달하는 4,000권이 넘는 장서와 장판(藏板) 및 이황의 유품이 있다.
 
병산서원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1542~1607년)과 그의 셋째 아들 류진을 배향한 사당이다. 고려 말 풍산현에 있던 풍산 유씨의 사학(私學)을 류성룡이 이곳으로 옮겨와 제자들을 길러냈고 그의 사후에 제자들이 존덕사를 세우고 류성룡의 위패를 모셨다. 1863년(철종 14년) 병산이라는 사액을 받아 사액서원으로 승격되었으며 많은 학자를 배출해내었다. 

옛집의 기운은 쉬이 가시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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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집의 기운은 쉬이 가시지 않는 법
  • 조상을 섬기고 뜻을 받드는 마음
  •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는 칠계재
  • 옛것의 아련함이 묻어있는 가마솥
  • 낮잠 한 숨 드르렁 자고싶은 곳
  • 몸도 마음도 넉넉하게 채워주는 집
트래블아이 쫑마크
  • 온계종택

    [트래블스테이] 온계종택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종갓집, 온계종택! 이곳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우리의 전통문화와  선비정신이 곳곳에 깃들어 있습니다. 퇴계 이황의 형인 온계 이해 선생이 살던 종택으로 온계 12대손이였던 이인화의 의병활동 당시 이곳을 의병소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1896년 소실, 2005년 복원된 곳이기도 합니다. 아주 옛스러운 멋은 덜하지만 온계종택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방문한 이에게 특별한 하룻밤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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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5년 01월 1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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