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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빌기에 관한 고찰 : 탑, 바위, 기와 그리고...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이 가사는 지난 2011년 가수 이적이 발표한 인기가요 ‘말하는 대로’의 일부다. 한때는 방황했지만, 뭐든 말하는 대로 이룰 수 있단 사실을 깨닫고 삶을 긍정한 청년의 감회를 노래한 곡이다. 그렇다면 소원은 어떨까. 소원도 말하고 표현할수록 이뤄질 확률이 더 높을까? 명확한 상관관계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지만, 새해 초 유난히 소원 빌기 행사가 많은 걸 보면 그렇다는 ‘심증’만은 충분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소원, 어디에 빌면 좋을까? 동화 속 ‘알라딘 램프’라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건 동화일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혹은 내 이웃들이 소원 비는 대상을 한 번 꼽아봤다.

                    
                

1. 탑 : 돌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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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인제 백담사 계곡은 돌탑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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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산 돌탑은 장엄함과 신비함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등산의 민족’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등산을 애호하는 우리나라 국민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어느 산엘 가도, 앞서 다녀간 이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돌탑도 그런 ‘흔적’들의 일부다. 약속이나 한 듯, 돌탑은 위로 갈수록 뾰족 솟은 모양을 갖추고 있다. 마치 교회 첨탑이 그러하듯 말이다.
 
그럼 돌탑으로 유명한 한국 관광지는 어디일까? 구경거리를 넘어 ‘불가사의’라고 불리기도 하는 전북 진안의 마이산 돌탑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태풍이 와도 마이산 돌탑만은 끄떡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이산 돌탑은 그 시각적 안정감이 특징이다. 마이산 돌탑은 되는 대로 주워 쌓은 돌이 아니라, 마치 처음부터 안정감을 계산하고 돌을 쌓은 것처럼, 거의 일직선 기둥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강원 인제 백담사의 돌탑도 유명하다. 마이산 돌탑이 산 속에 쌓은 탑이라면, 백담사 돌탑은 계곡에 쌓은 탑이다. 마이산 돌탑과 달리 화강암으로 쌓인 이 돌탑은, 계곡의 돌 답게 모서리가 둥글둥글해 마이산 돌탑이 주는 묵직함과는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2. 바위 : 팔공산 갓바위

 
  • 팔공산 갓바위는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는 전설에 기대를 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마다 수능 무렵이 되면 뉴스에 나오는 바위가 있다. 경북 경산의 팔공산 갓바위다. 뉴스에는 사방이 탁트인 갓바위에 학부모들이 손을 모으고 눈은 꼭 감은 채 자녀의 대학 합격을 기원하는 풍경이 비친다. 한국의 전통적인 ‘구복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갓바위는 갓 모양 바위와, 그 바위를 머리에 인 돌부처상을 통틀어 일컫는다. 갓바위는 전국 각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데, 그 이유는 갓바위 부처에게 기도하면 여러 개의 소원 중 한 번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전설이 전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갓바위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100여 평 정도 있는데, 특히 수능 시즌에는 이 곳이 가득 찰 정도다.
 
한편 갓바위가 있는 팔공산도 주목할 만 하다. 팔공산은 바위산인데, 풍수지리학적으로 바위산은 바위에서 새어나오는 음기 때문에 소위 ‘기도발’이 잘 먹힌다고 한다. 소원을 빌기 위한 수많은 탑들이 하필 ‘돌탑’인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면 잘 이해가 된다. 나뭇가지나 나뭇잎이 아니라 왜 돌로 탑을 쌓았는지 말이다. 
 

 

3. 소원 기와, 소원지, 소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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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도 보문사에서는 기와에 소원을 적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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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의왕시는 연초 해맞이 행사에서 소원띠 적기를 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무언가를 강렬히 원할 때, ‘쓴다’. 쓴다는 행위는, 그만큼 실현을 강렬히 원한다는 의미다. 말로 하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더 간절히 원해서, 쓰는 것이다.
 
소원을 쓰는 곳은 다양하다. 소원지, 기와, 그리고 벽 등이 있다. 인천 강화도의 보문사에는 '소원 기와'가 있어 불교 신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자신의 소원을 기와에 적을 수 있다. 

특히 지자체의 해맞이 행사 등에서는 아예 별도로 ‘소원지 쓰기 행사’ 등을 기획해 ‘소원지’라는 별도의 종이를 마련하곤 한다. 근래에는 풍등이라 하여 소원 쓴 등을 하늘에 날리는 것이 지자체 행사의 ‘핫 아이템’으로 유행하고 있기도 하다. 풍등은 아니더라도 소원지나 소원띠를 쓰는 행사를 기획, 주최하는 지자체도 많은데 경기 의왕시도 그 예다.
 
이밖에도 관광객 유치를 고심한 지자체는 ‘소망나무’나 ‘소원의 종’ 등 소원을 소재로 한 포토존 아이템을 개발해 설치하기도 한다. 그 예로 강원 춘천시를 들 수 있는데, 춘천 남이섬에는 새해 소망나무와 소원의 종이 각각 설치돼 있어 볼거리와 동시에 포토존 기능을 하고 있다. 무심코 들른 관광지에 포토존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결코 같을 수 없다.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길 만 한 곳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믿는 여행족들에게 포토존은 큰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해 소망과 관련해 춘천 남이섬에 설치된 조형물들은 관광지의 매력도를 더하는 설치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돌탑에서 소망나무까지 : 소원을 비는 다양한 장소

 

사람들이 소원 비는 곳은 앞서 소개한 곳 뿐만은 아닐 것이다. 소원을 비는 대상도, 비는 이의 연령, 성별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 아직도 ‘산신령’에게 소원을 비는 이가 있을 수 있는가 하면, 아이패드의 비밀 폴더에 은밀한 소원을 적는 이도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돌탑쌓기가 소원 빌기의 진리라 여길 수 있고, 누군가는 자신의 다이어리에 정리하는 것으로 족하다 느낄 수 있다.

기억할 점은 이 같은 ‘장소’의 스펙트럼이다. 소원을 소재로 한 장소의 ‘있음’이다. 까마득한 옛날 조상들이 하나씩 쌓아올린 돌탑도, 어느 날 문득 지자체가 지어놓은 소망 조형물도, 여행자의 카메라에 찍히는 순간 관광지로 기억될 것이다. 당신의 앨범 속에는 어떤 '소원 여행지'가 간직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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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이나래 취재기자

발행2015년 01월 0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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