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역호감도

추억을 노래하는 ‘광화문 연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여운이 짙어지는 곡이 있다. 1988년 발표된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가 그렇다. 곡이 발표된 지 어느덧 2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매년 TV 속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광화문 연가를 부르는 어린 친구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광화문 연가는 세대를 불문하고 통한다. 광화문 연가가 이토록 전 세대를 아울러 공감을 얻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지난 십수 년간 서울이라는 도시의 모습은 몰라보게 바뀌었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낡고 오래된 것은 모두 허물었다. 그렇게 젊은 시절 추억도 함께 스러져갔다. 그러나 광화문 연가에 등장하는 ‘그곳’들만큼은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덕수궁 돌담길도, 정동 길의 조그만 교회당도 모두 그대로다. 광화문 연가는 그렇게 추억을 이야기한다.

					
				

추억을 노래하는 '광화문 연가' 
―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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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은 사계절 아름다워 수많은 연인들이 찾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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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전망대에 오르면 덕수궁 일대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덕수궁 돌담길은 수많은 유행가에 등장할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길 중 하나다. 오래전부터 이 길에는 사랑하는 연인이 함께 걸으면 얼마 안 돼서 헤어진다는 속설이 전해져 내려왔다. 이러한 속설이 만들어진 이유에 대한 해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조선 시대 궁궐이었던 덕수궁(당시 경운궁)에 왕의 승은을 받지 못한 후궁들의 한이 서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 다음으로 과거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면 가정법원이 있어 이혼을 위해 법원을 찾은 남녀가 이 길을 함께 걸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유명세를 떠나더라도, 이 길은 고궁의 돌담길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사계절 아름답다. 그래서 속설에 개의치 않고 다정히 걷는 연인들로 늘 가득하다. 덕수궁 돌담길은 시청 광장을 바라보는 대한문 옆에서 시작한다. 아래쪽엔 남대문이 있고 1km 남짓한 거리에는 경복궁이 있다. 길은 서대문 인근까지 이어진다. 보통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을 혼용해 사용하지만, 정동제일교회와 정동극장으로 들어서는 길부터 정동길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한편, 이 길의 한가운데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작은 비석이 있다. 2008년 세상을 떠난 광화문 연가의 작곡가 이영훈을 기리는 ‘노래비’다. 

 

언덕밑 정동길 조그만 교회당 '정동제일교회' 
―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정동제일교회는 덕수궁 돌담길로 이어지는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이화여고 쪽으로 방향을 틀면 광화문 연가에 등장하는 조그만 교회당, 정동제일교회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교 감리교 교회당인 정동제일교회는 1887년 미국인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에 의해 세워졌다. 당시 이 인근에는 미국 공사관, 이화여고 등 외국의 공사관과 교육기관이 밀집해 있었다. 여기에 정동제일교회가 세워짐으로써 기독교 문화를 비롯한 서구의 문화가 전파되는 계기가 됐다. 한편, 아펜젤러는 1885년 배재학당을 세우는 등 우리나라 근대 교육에서도 커다란 발자국을 남겼다.
 
정동제일교회 건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빅토리아식 예배당이다. 붉은 벽돌을 사용한 단층 건물로 단순하지만, 장중한 외관을 간직하고 있다. 남쪽 모서리에 세워진 사각의 종탑은 첨탑이 아닌 평탑 형식으로 층의 높이가 높은 건물의 특색을 잘 보여준다. 창문은 뾰족 아치에 나뭇가지 무늬를 넣어 장식한 형태다. 1953년 한국전쟁으로 건물이 훼손되었으나 원형대로 보수하였다. 정동제일교회는 1977년 사적 제256호로 지정된 바 있다.

 

광화문 연가에만 있는 '광화문 네거리' 
―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광화문은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광화문 연가에 등장하는 광화문 네거리는 사실 실제로는 없는 지명이다.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인 고(故) 이영훈 작곡가도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고인은 노래에 등장하는 광화문 네거리가 세종로 사거리에서 광화문 삼거리로 이어지는 현재의 광화문 광장 일대를 말한다고 한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동서남북을 둘러싸고 있는 네 개의 대문 중 남쪽에 위치한 정문이다. 조선 법궁의 정문이자 국왕이 드나드는 정문이었기 때문에, 다른 궁궐의 정문에 비해 매우 웅장하고 화려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굵직한 역사를 거치며 지금과 형태를 가지게 된 광화문은 그 기구한 운명과는 달리 여전히 기품이 흘러넘치는 자태를 뽐낸다. 한편 2009년 조성된 광화문 광장은 ‘도심 속의 광장’으로서 서울 시민의 휴식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전과 같은 소박한 모습은 다소 사라졌을지 모르나, 정면에 여전히 우뚝 서 있는 광화문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오래전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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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오래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들을 보기 어려워지는데요. 광화문 연가를 흥얼거리며,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광화문 일대로 추억 여행 떠나볼까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7년 01월 04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