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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 10선] 순천 - 선암사


선암사는 백제 성왕 7년(529년) 아도화상(阿道和尙)이 비로암(毘盧庵)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창건했다. 우리나라의 고찰 중에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사찰 중 하나로서,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해남 대흥사와 더불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매화 향기 품은 천년 고찰, 선암사

선암사

산사 진입로는 계곡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겨울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계곡이라 길은 걷는 내내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매표소에서 400여 미터 지점에는 석주 두 개가 좌우에 세워져 있다. 우측 석주에는 禪敎兩宗大本山(선교양종대본산)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고 좌측 석주에는 曹溪山仙巖寺(조계산선암사)라는 한자가 적혀 있다. 즉, 산사의 입구를 알리는 석주다. 

석주를 지난 후 구부러진 길을 돌아서면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만난다. 바로 승선교다. 다리는 반원형이지만 계곡 아래에서 바라보면 물에 비친 모습과 이어지면서 원형을 이룬다. 화강암을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게 다듬어서 쌓았기 때문에 돌의 구심력만으로도 다리는 매우 견고하다. 

선암사 중수비에 따르면 승선교를 세운 사람은 조선 숙종 때의 호암대사다. 정유재란 때 화재로 피해를 당한 선암사를 다시 세우면서 승선교도 함께 놓았다. 예부터 불교에서는 다리를 세우는 일을 ‘월천공덕’이라 하여 큰 덕을 쌓는 것으로 여겼다. 

흥미로운 것은 다리 아래에 장식된 용머리다. 불교에서는 용을 불법을 수호하는 상징으로 여긴다. 따라서 사악한 것을 막아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돌다리의 용머리 장식이 주로 사찰에 서에서 발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승선교의 용머리에는 조금 더 특별한 것이 있다. 용의 입에 엽전 세 닢이 매달려 있는데 승선교를 만들 때부터 매달려 있던 것으로 전한다. 다리를 놓으며 불자들에게 시주를 받았는데 다리를 완성하고 나니 엽전 세 닢이 남았다고 한다. 이 돈은 오로지 다리를 놓기 위해 시주받은 것이라 허투루 쓸 수 없다는 의미로 용의 입에 남은 엽전을 매달아 놓았다고 한다.

승선교를 지나면 강선루라는 이름의 2층 누각을 만난다. 선암사에서 만나는 첫 번째 건물이다. 보통의 경우 일주문이 사찰의 첫 관문인 것을 생각하면 독특한 가람 배치다. 강선루를 자세히 살펴보면 바닥에 작은 돌다리가 놓여 있다. 계곡으로 흘러드는 작은 물줄기 위에 세워진 탓에 다리를 놓은 것이며 누각의 기둥 중 두 개도 물줄기에 발을 담그고 있다. 자연을 고스란히 품은 전각이다. 

선암사의 일주문은 300여 미터를 더 걸어야 만날 수 있다. 선암사의 일주문에는 두 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앞에는 曹溪山仙巖寺(조계산선암사)라고 적혀 있지만, 뒤편에는 古淸凉山海川寺(고청량산해천사)라는 현판이 하나 더 달려 있다. 선암사는 1600년대와 1700년대 여러 차례 화재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조계산 이름을 맑을 청(淸), 서늘할 량(凉)이라는 한자를 사용해서 청량산이라고 바꿔 불렀다. 두 글자 모두에 물수변(氵)이 들어가 있으며, 해천사라는 이름에도 역시 내 천(川)자가 들어 있다. 이는 화재 예방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며 선암사 내에는 석등이 존재하지 않는데, 이 또한 같은 이유이다. 

선암사의 중심 법당인 대웅전은 매우 고풍스럽다. 탈색된 단청을 새로 입히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덕분이다. 본래의 법당은 화재로 소실되고 지금의 법당은 1824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법당 마당에는 두 개의 삼층석탑이 있다. 쌍둥이처럼 동일한 기법으로 만든 석탑이다. 

선암사에서 놓쳐서는 안 될 또 하나의 볼거리는 원통전이다. 대웅전 뒤 몇 개의 전각들 속에 자리한 원통전은 1660년에 처음 지었으며 1824년에 마지막으로 고쳐 지은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원통전 정면 두 개의 출입문 문살에는 꽃과 잎이 풍성한 모란이 조각되어 있다. 본래의 색은 많이 잃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문 하단에는 방아를 찧는 토끼 두 마리와 삼족오 두 마리도 각각 조각되어 있다.

선암사는 ‘뒷간’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뒷간은 대소변을 해결하는 화장실이다. 앞에서 보면 반지하처럼 계단을 몇 개 내려가지만 뒤에서 보면 2층 건물이다. T자 모양의 정면 6칸으로 매우 큰 규모이다. 곡선미가 돋보이는 입구 상부에는 우측부터 읽어야 하는 ‘깐뒤’이라는 현판도 붙어 있다.

선암사는 봄이 되면 분홍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매화 때문이다. 원통전과 각황전 주변에 350~650년 수령의 매화나무가 50여 그루나 자라고 있다. 그중에서도 원통전 바로 뒤의 매화나무는 ‘선암매’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수령이 무려 600년이 넘는 백매화다. 선암사의 매화들은 선암사의 긴 역사와 함께 한 나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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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봄, 매화나무 덕분에 예쁜 분홍색으로 물들어있는 선암사를 방문해보아요.

트래블투데이 차예진 취재기자

발행2021년 03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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