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의 집합소, 구로디지털단지

구로디지털단지는 매운 음식이 유독 많다. 매운 족발부터 시작해 매운 삼겹살, 매운 주꾸미 등 다양한 매운맛이 직장인들을 유혹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결코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요즘 음식점들은 고추의 웰빙 성분인 캡 사이신(capsaicin)을 사용하기 때문. 캡 사이신은 세균을 죽이는 살균 효과도 있을 뿐 아니라 폐 표면에 있는 니코틴을 제거해 애연가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캡 사이신은 살모넬라균, 포도 상구균 등 식중독균뿐 아니라 위염, 위궤양, 위암의 원인인 헬리코박터균을 죽이는데도 유효하다. 구로디지털단지 2번 출구에 내려 왼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음식점 거리가 나온다. 직장인 거리답게 가볍지 않으면서 수수하다. 그렇다고 허름한 것은 아니다. 수수하지만 뭔가 가족 같은 포근함을 준다. 

이곳엔 유독 매운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매운 음식을 전문적으로 파는 음식점들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손님들로 가득 차있다. 특히 매운 음식을 대표하는 매운 불족발의 주요 고객은 젊은 여성층이다. 여성 직장인들은 불 족발에 맥주를 즐겨 찾는다. 가장 맛있는 족발의 불족발은 매운맛이 강한 직화 요리다. 매운 소스와 밑반찬 소스가 더해져 깊은 맛을 낸다. 양도 푸짐해 1차와 2차를 한곳에서 해결하려는 직장인들의 속을 든든히 채워준다. 이곳은 불족 이외에도 새콤 달콤 입맛 돋우는 ‘냉채족발’ ‘건강함이 숨 쉬는 보쌈’, 족발과 보쌈을 한 번에 즐기는 ‘가족의 족보’, 보쌈과 홍어의 절묘한 만남인 ‘보쌈 삼합’ 등 다양한 요리를 갖추고 있다. 

또 남자들의 인기 메뉴는 단연 매운 먹장어.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숯불에 매운 소스 듬뿍 얹은 먹장어를 구우며 소주 한잔 들이키는 것이 구로에서 직장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맛’이자 ‘멋’이다. 매운 먹장어와 함께 잘 어울리는 것은 홍합탕과 어묵탕. 이곳 가게 주인은 먹장어를 시키는 손님에게 탕을 서비스로 준다. 지글지글 알맞게 익은 먹장어를 깻잎에 싸 한입 먹고 홍합탕을 한 숟갈 떠먹으면 그날 있었던 고단한 하루가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다. 이외에도 매운맛을 감칠 나게 해주는 튀김 류, 매운 맛을 상쇄시켜 주는 카제인 성분의 쿨피스도 매운 맛을 편하게 들길 수 있게 해준다.

 

구로가 매운 음식이 유달리 발달한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