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남겨 둔 소중한 기억

때는 1999년, 시화호 간척지의 육지화에 따른 조사가 이루어지던 때의 일이다. 시화호 남쪽 간척지에서 수백 개의 공룡알이 발견되어 세간이 떠들썩했더란다. 공룡알이 발견된 곳은 간척지가 생기기 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었으니, 이 덕분에 공룡알을 발견하기가 한층 더 수월하였다. 

온전한 공룡알은 물론, 공룡알의 파편과 식물 화석 등이 잇따라 발견되며, 화성 공룡알 화석지는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공룡의 화석지를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공룡알의 화석이 발견되는 지점은 대부분 중국과 몽골 등지. 화성에서 발견된 공룡알 화석지는 우리나라에도 공룡이 대거 서식했다는 가설의 학술적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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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공룡알 화석지의 초입에 서 있는 방문자 센터에서는 공룡알과 공룡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화성 공룡알 화석지의 놀라움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다면 공룡알 화석지의 초입에 자리한 ‘방문자 센터’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1층에서는 공룡알과 발굴 과정 등에 대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고, 2층에서는 공룡과 관련된 영상물 등을 시청해 볼 수 있으니 먼 옛날 지구의 기억이 오롯이 담긴 공룡알 화석지를 둘러보기 전 좋은 사전 답사의 기회가 될 것이다.

 

공룡을 만날까, 설레는 걸음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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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알이 촘촘히 들어서 있었을 공룡알 화석지의 모습이 경이롭다.

공룡알 화석지는 데크의 외길을 따라 걸으며 탐방할 수 있다. 데크 중간 중간, 바위로 이루어진 작은 섬과 같은 모양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지구의 기억이 담긴 앨범의 페이지들이다. 검붉은 바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글동글한 모양의 공룡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기공룡 둘리>의 주제가 일부인 줄로만 알았던 ‘1억 년 전 옛날’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순간, 경이로움에 발걸음을 쉬이 떼기가 어려울 것이다. 공룡알의 표면에 있는 미세한 구멍들은 아기 공룡들이 숨을 쉬기 위한 것이었다 하니, 알 속에 웅크리고 있었을 아기 공룡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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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석지 곳곳에 서 있는 공룡 모형은 상상력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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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석지 안에서는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기도 하다.

상상은 공룡알 화석 앞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습지 식물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돌연 공룡이 먹이를 찾거나 포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물가에 서식했던 ‘한국형 공룡’인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Koreaceratops Hwaseongensis)의 캐릭터 또한 재미를 더해 준다. 이 공룡 모형들에게서 ‘생생함’이란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트래블피플이 디디고 서 있을 그 땅이 바로 공룡들이 밟았던 땅이기 때문이리라. 머나먼 옛날의 일이지만, ‘앨범’ 앞에서는 상상력이 배가되기 마련. 잔뜩 낡은 지구의 앨범 앞에서, 상상력으로 빛바랜 부분들을 채워 가 보라. 생생한 빛깔과 생동감 넘치는 모양새로, 지구의 기억이 말을 걸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