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인, 그리고 풍자적인

김용택 시인은 임실군이 배출한 시인이다. 그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1982년에 ‘21인의 신작시집’에 발표한 연작시 ‘섬진강‘으로 시인으로의 활동을 시작했다. ’섬진강‘을 비롯한 김용택 시인의 초기 작품은 대부분이 섬진강을 배경으로 시골에 사는 농민들의 삶을 표현했다. 이러한 구조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변하게 되었다. 그의 시는 서정적인 분위기의 시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조금 더 직관적이고 풍자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농촌지역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시대의 변화를 독자적인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김용택 시인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섬진강 자락에서 태어나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시로 노래한 김용택 시인.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서정성에 빠져 감성적으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마냥 서정적이지만도 않다. 그 안에는 풍자와 비판 그리고 해학까지 담겨 있으니 그를 표현할 적당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사람마다 시를 읽고 느끼는 바가 다르듯이 그냥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김용택 시인 마을

김용택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섬진강가의 작은 마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가 쓴 시에 많은 빈도로 등장하는 장소가 바로 섬진강이기 때문이다. 그는 왜 섬진강을 무대로 시를 썼을까? 아마 그가 섬진강이 흐르는 전라북도 임실군에서 나고 자란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가 생의 대부분을 보냈던 진메마을은 섬진강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나무가 빼곡히 들어있는 산과 유유히 흐르는 강의 조화가 아름다운 곳이다. 원래 그는 근처에 있는 덕치초교의 선생님이었지만 시인으로의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진메마을에 있는 김용택 시인의 서재는 그가 문학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공부했던 서적들이 모두 모여 있다. 소박하지만 자연과의 조화가 인상적인 그의 서재에는 그의 유년시절부터 1980년대까지 사회인문학 서적들이 방 가득히 빼곡하다. 그는 이곳뿐만이 아니라 진메마을 전체가 서재였다고 말한다. 그가 썼던 글의 대부분이 농촌지역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조용히 흐르는 섬진강과 나무가 쭉쭉 뻗어있는 산, 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사람들의 모습 모두가 그에게 문학적인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느꼈던 것처럼 문학적 감수성을 간직한 사람이 진메마을을 방문한다면 그가 썼던 시를 다시 한 번 읽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진메마을의 고즈넉함은 김용택 시인의 작품이 더욱더 가슴속을 울리게 하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