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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담장 따라 딛는 걸음, 남사예담촌


현대에 이르러 ‘담’이란 흔히 ‘단절’의 의미로 쓰인다. 집과 집 사이를 가로막아 사회를 개인의 단위로 분절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현대의 담. 그러나, 옛 담은 조금 다르다. 불과 십수 세대 이전까지만 해도 담장은 공간과 공간 사이를 막아 풍경과 생활을 보다 아늑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 약간의 발돋움만으로도 옛 담장 안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담장 사이의 길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니 [트래블투데이]가 이끄는 대로 옛 담장을 따라 여행해 보자. 풍경에 대한 만족은 물론, 고즈넉하고 멋스러운 단절의 방식을 이 담장 사이에서 배워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옛 담에 예를 담다

산청군 단성면에 위치한 남사예담촌은 그 이름부터가 아름다운 곳이다. ‘남사예담촌’이라는 이름에 담긴 첫 번째 뜻은 옛 담장이 있는 마을. 그리고 두 번째 뜻은 조상들이 그러했듯, 앞으로도 ‘예(禮)’를 담아 갈 마을이다. 
 

어디선가 선비들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올 듯, 남사예담촌의 모습은 여전히 정갈하다.

물론, 이 ‘조상들이 그러했듯’이라는 말에도 한 번쯤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남사마을은 예로부터 수많은 선비들이 태어나고 자라며 공부했던 곳이다. 이 남사마을의 학구열은 경상남도 전체에서도 뛰어난 편이라 ‘경북 하면 안동 하회마을이요, 경남 하면 산청 남사마을’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한다. 학문을 귀히 여겼던 이 마을 일대에서는 공자가 탄생한 곳인 니구산(尼丘山)과 사수(泗水) 등에 연관이 있는 이름들을 발견할 수도 있는데, 사양정사(泗陽精舍)와 니사교(泥泗橋) 및 니사재(泥泗齋), 이동서당(尼東書堂) 등이 이와 같은 예에 속한다 할 수 있겠다. 

현재 남사마을은 100여 가구의 농가를 포함하고 있는 고즈넉한 모습을 하고 있다. 수백 년 전처럼 서당의 글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지지는 않으나, 마을 곳곳이 그 이름처럼 고우니 남사촌의 옛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 마을의 주 작물이 딸기라는 사실 또한 기억해 둔다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봄철 이곳을 찾는다면 예(禮)가 담긴 특별한 딸기 맛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리산과 경호강 사이, 담장과 담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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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로 손을 뻗어온 가지와 담장을 뒤덮은 담쟁이덩굴. 풍경들 모두가 담장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남사예담촌은 지리산과 경호강을 벗 삼아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의 ‘지리(智異)’ 또한 ‘슬기롭게 달라진다’는 뜻이니 마을의 위치마저 아름다운 곳이 이 남사예담촌이라 할 수 있겠다. 앞서 소개한 남사예담촌의 첫 번째 뜻, ‘옛 담장이 있는 마을’과 같이 이 마을에서는 아름다운 담장들을 잔뜩 감상할 수 있다. 철조망처럼 높다랗지도, 콘크리트 담처럼 튼튼하지도 않은 이 담장. 마을에 가득한 흙의 빛깔과 어우러져 그 자체로도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으니 담장을 넘어온 나뭇가지나 담장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 담장 위로 자라는 호박과 같은 모습들이 모두 정겹기만 하다. 담장을 따라 걸으면서도 담장이 끝나기를 기대하지 않게 되니, 남사예담촌의 담장이 가지는 매력이 특별하다. 
 

남사예담촌의 담장 사이를 걷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뒷짐을 지게 되기도 한다. 마치 선비처럼. 

이 마을의 제일가는 자랑거리는 아름다운 담장이라 할 수 있겠으나, 담장과 담장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볼거리들 또한 놓칠 수 없으니, [트래블투데이]가 소개해 드리는 남사예담촌의 자랑거리들을 기억해 두도록 하자.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17호로 지정되어 있는 최 씨 고가와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18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씨 고가, 문화재자료 제196호인 이동서당, 문화재 제328호인 니사재는 반드시 돌아보아야 할 곳. 분양고가에 자리한 600년 된 감나무와 700년 된 매화나무, 100년 된 소나무, 이 씨 고가 입구의 300년 수령 회화나무 또한 마을에 멋을 더해준다. 니구산과 북바위, 용소와 500년 수령 감나무에는 재미난 전설이 숨겨져 있으니, 남사예담촌의 사람들에게 이 전설에 대한 내용을 묻는 것도 흥미로운 여행을 만드는 지름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터. 

남사예담촌에서는 예절교육과 농경, 전통놀이 등에 대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남사예담촌을 찾을 계획이라면 이 프로그램들을 이용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남사예담촌 안에는 숙박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다섯 가옥이 있기도 하니, 이곳을 이용한다면 남사예담촌에서 하루를 묵어갈 수도 있겠다. 모쪼록 이 마을에서의 추억이 담장으로 하여금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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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예담촌의 옛 담장 사이를 거니는 그 기분, 아주 멋질 것만 같네요~ 그 여유를 만나러 산청군으로 떠나보아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9월 2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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